"의료용 배터리 필요한 승객도"
"화재 바로 진압할 수 있는 안정규정 필요"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으로 '휴대용 보조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다만 관련 전문가는 의료용 보조배터리가 필요한 승객이 있는 만큼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다며 보조배터리를 소지한 승객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장 출신인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3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동휠체어나 심장박동기처럼 의료용 배터리를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하는 승객도 있다"며 "최소한 항공기에 탑승시킬 수 있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서 기준 이상인 보조배터리를 허용하거나 (사고에 대비해) 화재 진압할 수 있는 수조 옆에 배터리를 보관하는 등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항공기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기 꼬리 쪽 내부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연기와 불꽃을 발생시켰고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에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 보조배터리다. 에어부산 항공기 탑승객은 "기내 수화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며 "('타닥타닥' 소리와 관련)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그런 게 아닐까"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은 리튬 함량 2g 이하이거 용량 100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승객이 기내에 휴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100Wh 초과 160Wh 이하의 배터리는 최대 2개까지 기내 반입만 가능하고, 위탁 수하물로는 금지된다.
보조배터리 외부 충격에 취약한데, 떨어트리는 등 충격으로 내부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폭발하거나 발화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과열 혹은 배터리 자체 결함도 보조배터리 발화의 원인이 된다. 지난해 12월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부에서 발생한 연기 역시 승객이 지닌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승무원이 소화기로 연기를 진압했지만, 보조 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
정 교수는 기내에서는 보조 배터리를 손에 닿는 곳에 놓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보조배터리는 화물로 싣지 못한다며 "위험물에 관해서 승객이 관리를 하고 있어야 된다는 의미가 아주 깊게 포함이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조 배터리 또는 전자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리튬 이온이나 리튬 메탈 배터리는 내가 볼 수 있는 식탁 위나 아니면 의자 밑에 두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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