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여권 잠룡들 합친 것보다 높아
내년 상반기 항소심 결과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본회의 통과를 진두지휘하며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제1야당 당수로 탄핵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 대표가 앞으로 탄핵 정국 수습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직후 수권정당 대표로서의 면모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건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라고 표현했지만, 민주당이 중심이 돼 정부와 함께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일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 '신(新) 3김'이 이번 탄핵정국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 지지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37%다.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7%),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4%) 등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이다.(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수권 정당을 향한 전략은 민생·경제 행보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그는 탄핵 정국 속에서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제안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회의를 챙겼다. 탄핵안 가결 직후에는 민생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탄핵 직후에는 당직자와 보좌진들에게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탄에 빠진 국민 삶을 보듬어야 한다"며 당부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 대권 가도의 최대 변수는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는 현재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항소심과 최종심 결과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 조기 대선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만약 대선 전에 이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위증교사 항소심, 대북 송금 의혹 등 재판 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시기 역시 변수로 거론된다. 만약 이 대표의 2심 판결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재판부가 차기 대권주자의 행보를 결정짓는 판결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