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A 연 50만t 생산…올초 매각 무산
자산 경량화 전략 추진
기초화학 비중 60%→30%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재무위기까지 겹친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공장 가동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매각 작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 공장은 지난달 둘째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LCPL는 롯데케미칼이 지난 2009년 네덜란드 페인트 업체인 악조노벨로부터 약 147억원에 인수해 현재 지분 75.01%를 보유하고 있다.
LCPL은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나 페트병과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연간 50만t 생산하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등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작년 1월 현지 화학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와 LCPL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했지만 지난 1월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LCPL은 이번 가동 중단이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것으로 오는 12일부터 다시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석화업계에선 매각을 염두에 두고 운영 효율화와 재고정리 등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PTA 사업을 모두 정리한 상태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울산공장에서 PTA 생산을 중단, 설비 전환을 통해 고순도이소프탈산(PIA)을 생산하고 있다.
LCPL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2022년 말 당기순이익은 640억원에서 작년 말 237억원으로 낮아졌다. 올 3분기에는 매출액 4315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29억원에 그쳤다. 다만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LCPL에 대한 매각이나 청산은 아직 정해진바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이 지난 28일에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방안에 따라 저수익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비핵심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로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을 수립, 기초화학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까지 30%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해외사업장에 대해 대대적인 사업 정리를 진행해왔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롯데우베합성고무(LUSR)를 청산키로 정했으며 지난해엔 중국 기업과 합작한 롯데삼강케미칼,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LUSR과 LCPL을 정리하면 해외 생산법인은 2022년 18개에서 14개로 줄어들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 년 새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3조1000억원)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 등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현재는 해외 자회사 지분으로 자금을 조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LCLA)’ 유상증자 지분 40%를 활용해 연내 약 6600억원을 조달하고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의 지분을 활용해 내년에는 약 7000억원의 자금도 조달할 방침이다.
최근엔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6조원 이상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보강해 오는 19일 사채권자집회 이후 법원 허가를 받아 내년 1월 14일까지 보증사채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