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서 석유시설이 배제되면서 월요일인 2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6% 이상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4.63달러(6.09%) 하락한 배럴당 71.4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벤치마크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종가 역시 전장 대비 4.40달러(6.13%) 떨어진 배럴당 67.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7월12일(-7.93%)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최근 한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그간 유가를 밀어 올렸던 중동발 지정학적 우려가 소폭 완화하고, 수요 위축 우려가 재부상한 데 따른 여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6일 새벽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석유 시설을 제외하고 군사시설들만 표적으로 삼았다. 그간 시장에서 우려해온 이스라엘과 이란 간 확전 리스크가 낮아지며 유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빌 패런-프라이스 옥스포드에너지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보복 적대행위가 억제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티그룹 역시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원유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3개월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의 배럴당 74달러에서 7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공급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4%에 달한다.
여기에 중국발 수요 둔화 등 세계적인 공급과잉 우려도 재차 고개를 든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이제 시장의 관심이 중동 갈등에서 2025년 공급과잉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미국의 독려를 받은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원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지 않으면서 이제 원유시장은 다시 공급과잉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 유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외에도 아르헨티나, 세네갈 등과 같은 소규모 국가에서도 석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우려는 언제든 다시 고조될 수 있다.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이란이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 상태.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광산 및 에너지상품 연구 책임자인 비벡 다르는 "이스라엘에 이란에 공격 수위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세력(하마스와 헤즈볼라)이 휴전에 이를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적인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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