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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금융이 걸어 온 '쉬운 길'과 김병환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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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금융이 걸어 온 '쉬운 길'과 김병환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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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취임식도 마다하고 업무를 시작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각별하게 챙긴 일정은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였다. 그는 여덟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금융권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해 당장 보여주기 위한 실적을 만들기에만 급급했고 불완전판매, 건전성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당대출 등으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은행 CEO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업권 CEO를 만나서는 “현재의 어려움이 혁신노력보다 부동산 경기에 기대 손쉬운 선택을 한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는 “외형은 상당부분 성장했지만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금융권을 만나 쓴소리를 쏟아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부족과 지속가능성 부재는 오랜 과제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던 탓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총 자산규모는 3600조원까지(2024년 상반기 기준) 성장했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안팎에 불과하다. 덩치에 비해 국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금융학회가 지난 2022년 교수, 연구원, 기업인, 금융인 등 경제 전문가 510명을 대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설문 결과 10명 중 9명꼴(89.6%)로 여전히 경쟁력이 낮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그 원인으로 ‘금융회사의 국내시장 위주의 영업 등 폐쇄적 문화와 낙후된 국제화’를 꼽았다.


국제기구와 기관의 시각도 대체로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평가한 한국 금융의 발전도(2018년)는 세계 8위 수준인 반면, 세계경제포럼(WEF)가 평가한 금융경쟁력 순위는 18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금융시장 효율성 순위는 30위 수준에 머물렀다. 영국 금융 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발표한 글로벌 순위에서 한국의 주요 금융그룹은 단 한 곳도 50위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2023년).


[초동시각]금융이 걸어 온 '쉬운 길'과 김병환의 쓴소리

그간 금융권이 누려온 사실상의 독과점 구조는 앞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경우 이제는 ‘상수’가 된 저성장으로 대출수요가 감소하면 이자이익 위주의 수익구조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저성장은 기업활동의 위축을 야기하고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약화시키며, 이는 다시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저출생 고령화로 가계부문 저축이 위축되면 수신기반이 악화되고 조달구조에도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융과 비금융이 양방향으로 융합되는 전 세계적인 ‘빅블러((Big Blur)’ 현상은 더욱 높아질 경쟁 강도를 예고하고 있다.


혁신의 요구가 큰데도 금융권은 습관적으로 “정부가 다 틀어쥐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를 잡고, 각종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겠다고 금융당국이 제시한 각종 대책에 대해 간섭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한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업 진출의 문턱을 낮춘 결과 금융회사가 너무 많아졌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경쟁과 규제는 피하고, 견제와 감독은 받지 않겠다는 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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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에 안주해 온 금융회사가 앞으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가능성을 구축할 역량과 의지가 있을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금융위원장의 쓴소리가 어떤 변화로라도 이어지길 바란다.




임철영 경제금융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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