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학생 문해력' 실태조사 발표
교사 91% "과거보다 문해력 저하"
한글날을 앞두고 교원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와 비교해 저하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원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평가했는데 대부분 3학년 이하 수준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스마트폰과 게임 등 디지털매체 사용 시간은 늘고, 독서 시간은 줄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7일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실례를 서술하는 형식의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6학년이 성명의 뜻을 모른다", "두발 자유화 토론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더라",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함",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알고 있다" 등 황당한 사례가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의 비율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21% 이상'이라고 답했다. '31% 이상'이라는 응답도 19.5%에 달했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로 나타났다.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의 비중을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67.1%가 '21% 이상'이라고 답했다.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은 30.4%,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르기조차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은 21.4%였다.
실제 학생들의 문해력이 부족해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말에는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함", "체험학습 계획표에서 '중식 안내'를 보고 짜장면을 먹냐고 물었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능력 평가를 했는데, 대부분의 단어 수준이 3학년 이하로 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해력 저하 원인 1순위는 디지털매체 과사용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뿐 아니라 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교사들은 지적했다. "디지털기기 보급으로 손글씨 쓰기가 줄고 있다. 학생들의 필체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94.3%에 달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는 독서 활동 강화(32.4%)가 1순위로 꼽혔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도 필요하다고 교사들은 응답했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체 문맹률은 1~2%대로 매우 낮다고 하지만 이것이 문해력이 높다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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