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1일(현지시간) 진행된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격돌했다. 올해 대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초접전 구도로 치러지는 가운데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들은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문제를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밤 CBS뉴스 주관으로 뉴욕 방송센터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그(트럼프)는 분명 선거(2020년 대선)에서 졌다"며 "(선거 후 패자는)악수를 하고 이긴 쪽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집권 시) 정적을 감옥에 넣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생각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밴스 의원은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공론의 장에서 토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밴스 의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월즈 주지사의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는 "저는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로 돌렸고, 이에 월즈 주지사는 "완전히 무의미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 패할 경우 또 다시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직답하지 않았다. 대신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있다면서 ‘검열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이 '허위정보' 등 문제 있는 게시물을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을 두고 "(온라인 검열은) 우리나라가 지난 4년간 본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한 당일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첫 질문부터 중동 문제가 언급됐다. 월즈 주지사는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은 절대적"이라면서 "오늘 경험한 것은 안정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몇주 전 (대선 후보) 토론 무대에서 이를 목격했다"고 즉각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돌렸다. 그는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북한에게 돌아서며 동맹에 대한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민주당은) 계속 (동맹에) 헌신해왔다"며 "우리는 해리스에게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밴스 의원은 "오늘 공격을 시작한 이란은 해리스 행정부 덕분에 동결되지 않은 자산을 1000억달러 이상을 확보했고,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했다"면서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함을 알았다.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문제를 놓고서도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월즈 주지사는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한 것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의 공약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가 이러한 기본적 인권을 해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는 여성을 지지하고,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여성들에게 개입하려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냥 당신 일에나 집중하라’"고 받아쳤다. 해당 발언은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월즈 주지사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밴스 의원은 자신이 "이 나라의 무고한 생명을 자랑스럽게 보호하고자 하는 공화당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연방 차원에서 부분적인 낙태 금지가 시행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매우 급진적인 낙태 찬성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없애려고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이 ‘말 그대로 가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서 "트럼프는 낙태정책에 대해 미국이 큰 나라며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개별주에서 낙태정책을 결정하는 게 올바르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날 상대방으로부터 과거 발언에 대한 공격도 받았다. 월즈 주지사는 과거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발언을 두고 거짓말 이력 논란이 인데 대해 "내가 잘못 이야기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나는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완벽하지 않고, 때때로 멍청하기도 하다"고 고개 숙였다. 밴스 의원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미국의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내가 틀렸다"고 답했다. 2016년 대선 당시만해도 ‘반트럼프’로 꼽혔던 그는 돌연 2020년 대선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로 돌아선 상태다. 그는 "월즈가 중국 발언에 실수한 것과 같다"면서 "실수를 했을 때, 말을 잘못했을 때, 마음을 바꿨을 때는 미 국민들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