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의 '최근 5년간 연도별 토지 해약현황' 보니
올해 1~8월까지 4조8643억원 계약 파기
2021년보다 15배 폭증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올해 6조원 달할수도…공급 차질, 대책 세워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부동산사업자에 택지를 팔았다가 해약된 금액이 무려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건설사의 자금 조달 여력이 바닥난 게 원인이다. 이로 인해 LH의 공급 정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토지 해약현황’을 보면 1~8월까지 계약 무효가 된 택지 면적은 총 138만1000㎡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8643억원 규모다.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2021년의 해약현황(총 30만4000㎡·3251억원)과 비교하면 면적은 4.5배, 금액은 15배나 폭등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했던 작년(총 60만8000㎡·2조2396억원)과 비교해도 면적·금액 모두 2배 넘게 증가해 올해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약된 택지에는 아파트를 짓는 공공주택용지·상가나 빌라를 짓는 단독주택용지·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쇼핑몰 등을 올리는 상업용지· 공장과 물류센터 등을 짓는 산업용지 등이 전부 포함돼있다.
비싸게 땅 샀던 민간사업자, 사업 손 떼
특히 경기도와 인천에서 토지 해약이 집중됐다. 올해 1~8월 기준으로 경기도(64만1000㎡·3조2866억원)와 인천(30만6000㎡·8345억원)을 합치면 해약된 전체 면적의 약 70%, 전체 금액에서는 85%를 차지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이라도 서울 시내 같은 상급지에서나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경기도권으로만 넓혀봐도 ‘지금 지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바로 착공할 수 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교통 호재가 있는 택지까지 LH에 반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들은 2021~2022년 사이 부동산 호황기에 LH로부터 비싼 금액을 주고 택지 구매 계약을 했다가 도로 토해내고 있다. 2기 신도시 지역인 파주 운정이나, 영종도, 동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사례다. 여기에 들어설 예정이던 주상복합 택지들은 당시 과거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팔렸다. 과열 경쟁이 벌어져 LH가 책정한 공급 가격보다 수 배 이상 높은 가격에 땅이 팔렸다.
이후 공사비와 이자 부담이 크게 오르고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게 문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공급금액의 10% 수준인 계약금을 손해 보면서까지 해지하는 민간사업자들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LH 공급 계획 차질, 택지 완성도 떨어질 것
LH의 주요 수입원인 토지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택과 시설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LH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LH는 해약된 토지를 재판매해야 하는데 아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회복하지 못해서 민간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택지 매입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이는 LH의 재무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주택 공급 측면에선 공공주택 분양 시점이 미뤄져 주택 수급 불균형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며 "또한 상업용 택지계약이 해지되면 입주를 마친 아파트 주변의 생활 여건도 개선되기 힘들어 택지지구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연말까지 올해 LH의 토지 해약금액이 6조원에 이를 수 있다"며 "LH가 계획한 주택과 기반시설 공급 계획이 틀어진 게 확실해진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H가 민간에 땅을 팔고 못 받는 연체 금액도 급증했다. 안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토지 매매대금 연체 현황’을 보면 8월 말 기준 6조2475억원으로, 2021년 12월(2조689억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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