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위한 우호지분 교환 vs 주주환원 위한 자사주 소각
영풍·MBK 측 전량소각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밝히며 압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이용할지를 두고 자본시장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최근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는 배치되는 행보다. 하지만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으로부터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적은 지분이라도 더 끌어모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윤범 회장, '자사주의 마법' 부릴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255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회사 지분의 2.4%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존과 달리 자사주 매입의 소각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은 과거 자사주 매입 시 공시 상 '소각'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3월 이후부터는 소각 목적 이외에도 임직원 스톡옵션, 주주가치제고 등이라고 용처를 불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해당 자사주 매입이 최 회장 경영권 방어용이라고 의심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우호적인 기업과의 주식 교환이 가능하다. 현대차, 한화 등 다른 기업이 도와주면 자사주 교환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의결권도 되살릴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쓸 수 있는 카드로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며 "예전에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LG 등 대기업들과 자사주를 교환한 바 있다. 시장의 눈이 자사주 소각에 대한 최 회장의 결단에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2.4%의 자사주를 보유한 고려아연은 향후 예정된 자기주식 매수를 마치면 4~5% 수준으로 올라선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2.2%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회삿돈으로 본인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전체 주주들의 이익과 정부의 기조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영풍·MBK 측 매입 자사주 '전량 소각' 발표
최 회장이 자사주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영풍과 MBK 측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며 주주들의 환심을 노렸다.
영풍과 MBK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목적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후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모든 주주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밝힌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매입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이다. 영풍·MBK측은 "자기주식 2.4%를 전량 소각하고 4차 자사주 매입 취득 금액 중 잔여금액(약 2900억원)으로 향후 취득하게 될 자기주식도 전량 소각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맞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배당 정책 또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과거 3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8333원, 과거 5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6800원이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현재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보다 강화해 궁극적으로 배당액을 주당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하도록 이사회와 소통할 계획이다.
영풍·MBK측은 "자사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미 매입된 자사주뿐만 아니라 매입 예정 자사주들도 주주환원 목적으로 전량 소각하는 것이 맞다"라며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총 5500억원가량의 자사주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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