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첫 공개
북한, '소형화' 전술핵 생산 속도 올리나
美 대선 2개월 앞…트럼프 힘 실어주기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미 대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핵무력 과시'로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선제적 핵 사용'을 언급해온 만큼 전술핵(소형핵)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핵병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이자면,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핵탄두 소형화' 가속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내용과 그 사진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고속회전을 거쳐, 핵탄두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평양 부근 강선 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연간 80~100㎏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상 핵탄두를 하나 만드는 데 고농축 우라늄 20㎏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과 북한이 또다른 핵물질 플루토늄까지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수십기씩 핵탄두 보유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50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지난해 대비 20기 늘어난 수치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3월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美 대선 앞두고 '핵 과시'…트럼프 지원사격?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미 대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강조하며 "북한은 나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이다.
이튿날(12일)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로 응수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초 이후 두 달 넘게 군사 도발에 감행하지 않았다. 여기에 다시 하루 만에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공개한 것이다. 핵무력 과시로 본격적인 영향력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대미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이 전날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600㎜ 초대형 방사포로 파악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새형의 600㎜ 방사포차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사격을 봤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약 36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는데, 비행거리를 의도하고 쐈다면 공군 군산기지 또는 육·해·공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를 겨냥한 위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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