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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글로벌IB, 잃어버린 ‘야성’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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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IB 한정된 파이 놓고 경쟁
최근 해외시장 개척 성과 보여
美보다 조달금리 낮아 최적기

[초동시각]글로벌IB, 잃어버린 ‘야성’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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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길을 잃었다.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어 아무도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지향하며 열악한 시장 환경을 돌파하던 증권업 특유의 ‘야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대형 증권사 최고 경영진이 그룹 경영전략 회의에 다녀온 뒤 사석에서 한 탄식이다. 입지전적인 증권맨들이 과거에 부르짖던 야성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어 생경하기까지 했다.


‘사기 저하’를 우려할 정도로 증권업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수익을 늘릴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십수년간 증권사의 핵심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금융 당국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분위기에 사업이 전반적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안으로 회사채 발행 주관·인수(DCM),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ECM) 등의 정통 IB 강화에 나섰는데 시장 환경상 이 시장에서 수익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정통 IB는 영업을 강화한다고 시장 규모가 확 늘어날 리 없는 분야다. 기업들의 재무전략에 의존해야 하는 비즈니스다. 회사채 발행액은 연간 50조원 내외에서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파이는 연간 1000억원 내외에 그친다. IPO 시장은 빅딜(큰 기업의 상장)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부침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에는 IPO 시장 규모가 15조원(신주 발행 규모)을 넘었지만, 빅딜이 없는 지난해와 올해는 3~4조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증권사가 정통 IB를 강화하겠다고 자기자본과 인력을 늘리면서 한정된 시장 파이를 두고 ‘땅따먹기’ 경쟁만 심화하고 있다. 핵심 IB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면서 몇몇 증권사 간에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수익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은 불완전 판매 사태 이후 판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발행량이 위축됐다. 주식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중개수수료(브로커리지) 시장의 파이는 늘었지만, 거래 수수료 자체가 워낙 낮아 확 커질만한 수익원으로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IT 기반 증권사의 시장 진출 및 확장도 위협 요인이다.


돌이켜 보면 증권업계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많다. 글로벌 IB를 향해 달려온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늘어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부동산 PF에 의존하는 데 급급했다. 눈앞의 매력적인 먹거리를 걷어찰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야성을 제대로 발휘한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얘기는 못 된다.


최근 몇몇 증권사가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주축으로 인구 14억을 넘어선 인도에서 현지 증권사인 쉐어칸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블랙록 등의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보다 조달 금리가 낮은 지금이 해외 시장에서 자본시장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투자와 자금 공급에 낮은 자금조달 비용은 상당한 무기다. 국내 증권업계가 명실공히 글로벌IB로 성장하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장을 개척하던 야성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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