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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상징이던 '동전카트'…납치범과도 흥정한 구두쇠 갑부가 만들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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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초저가 슈퍼마켓 체인점 '알디'
창업주 알브레히트, 독한 구두쇠로 유명
동전 투입구 만들고 인질범과 몸값 흥정

대형마트에 비치된 쇼핑 카트에는 동전 투입구가 있다. 현금 비중이 줄어든 최근엔 덜하지만, 수년 전만 해도 투입구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카트를 끌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마트 내 쇼핑 카트 도난을 방지할 효율적인 아이디어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이 동전 카트는 누가 발명했을까. 다름 아닌 오늘날 세계 최대의 '서민용 슈퍼마켓'으로 유명한 독일계 다국적 대기업 '알디(Aldi)'의 작품이다. 초저가 슈퍼마켓의 시초격인 이 기업은 창업자들의 '구두쇠 정신'부터 유별났다.


마트 상징이던 '동전카트'…납치범과도 흥정한 구두쇠 갑부가 만들었다 동전 투입구를 적용한 쇼핑 카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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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업 관련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해 초 알디의 역사를 다룬 특집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알디는 1947년 독일에서 탄생한 식료품점으로, 전후 민간 물자 부족에 시달렸던 당시 독일 서민들을 위해 싼값에 생필품을 유통하던 곳이다. 냉전 내내 서독의 경제가 부흥하면서 알디도 급속도로 팽창했고, 30여년 만에 다른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순식간에 다국적 대기업화됐다.


알디는 다국적 대기업으로 발전한 이후로도 '서민용 슈퍼마켓'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했다. 이런 사업 전략 뒤에는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테오 알브레히트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알브레히트의 부고 기사를 낸 바 있는 영국 '가디언'은 그가 1971년 납치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트 상징이던 '동전카트'…납치범과도 흥정한 구두쇠 갑부가 만들었다 알디 공동 창업자인 테오 알브레히트. [이미지출처=히스토리 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당시 알브레히트를 납치한 범인들은 그를 인질로 삼은 뒤 몸값을 챙기려 했다. 그러나 막상 싸구려 양복 차림을 한 그를 보자 너무 남루한 행색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범들은 알브레히트의 신분증을 보고 나서야 그가 독일 최고 부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고, 이후 17일간 그를 옷장 안에 가둬놨다.


게다가 이 기간 알브레히트는 납치범들과 자기 몸값을 두고 흥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범들과 긴 토론 끝에 알브레히트는 자기 몫으로 붙은 몸값을 결정했는데, 700만마르크(270만달러·약 3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알브레히트의 성격은 사업 전략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알디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저가 마트인 만큼 비용 절감에 목숨을 걸었다. 쇼핑 카트 분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세계 최초로 카트용 동전 투입구를 개발했으며, 이 투입구는 한때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실제 해외에선 동전 투입구가 장착된 쇼핑 카트를 두고 '알디 카트(Aldi cart)'라고 한다.


마트 상징이던 '동전카트'…납치범과도 흥정한 구두쇠 갑부가 만들었다 알디 매장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덕분에 알디는 가격 경쟁을 하는 와중에도 항상 건실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일례로 가디언에 따르면 알디가 영국에 진출한 뒤로, 현지 슈퍼마켓의 마진율은 7%대에서 4%대로 거의 절반가량 하락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영국 알디 법인은 건실한 흑자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영국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하고 있는 알디의 영업익은 4억파운드(약 7020억원)에 달한다.



최근 알디는 부유층까지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북동부의 부촌에선 과거 '아마존 홀푸드' 등 유기농 식자재를 고집하는 고급 식료품 슈퍼마켓의 인기가 공고했지만, 생활 물가가 폭등한 지난해 이후로 알디가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존 홀푸드의 유기농 달걀은 한 알당 2달러(2684원)에 달하지만 알디에선 계란 12개들이 한 판 가격이 1.5달러(2013원)에 불과하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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