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북유럽 바다에 처음 나타나
발견 당시 수상한 장비 몸에 부착하고 있어
수상한 장비를 부착한 채 북유럽 바다에 나타나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흰돌고래(벨루가)가 노르웨이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노르웨이 방송 NRK는 러시아 스파이 고래로 알려진 '발디미르'가 노르웨이 남서부 리사비카 인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고 비영리 환경 보존단체 '마린 마인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발디미르'란 이름이 붙은 이 고래는 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 처음 발견됐다. 발견됐을 당시 고래는 몸통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중 카메라용 벨트를 차고 있었다. 고래는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선박 주위를 맴돌며 정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인간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몸에 카메라용 벨트를 찬 것을 보고, 이 고래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기른 고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전직 러시아 해군 대령인 빅토르 바라네츠는 고래가 러시아 해군에서 탈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마틴 비우 노르웨이 해양연구소 연구원은 "매우 자연스럽게 선박 수색을 하는 것으로 보아 훈련된 동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이후 노르웨이 당국은 벨루가의 몸에서 장치들을 제거하고, 고래 보호를 위해 이동 경로 등을 추적 관찰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던 미국인 영화감독은 고래 보호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시민들은 벨루가에게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노르웨이어 단어 고래(Hval)에 러시아식 이름 ‘~디미르’를 붙인 것이다. 노르웨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발디미르는 이후 3년여간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남쪽으로 이동했고 지난해 5월 스웨덴 해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몸길이는 약 4m, 무게는 약 1200㎏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발디미르와 관련해 그동안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발디미르는 지난 5년간 노르웨이와 스웨덴 해안에서 자주 목격됐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수신호에 반응하는 등 사람 손을 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발디미르와 같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마린 마인드'의 설립자 세바스티안 스트랜드는 "(오후 2시 30분쯤 고래 사체가 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 띄웠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며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건강해 보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고래 사체를 물 밖으로 인양했으며 사인을 밝히기 위해 사체를 부검 시설로 옮겼다.
한편, 러시아는 1970년대 구소련 당시부터 이른바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1990년대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으나 비밀리에 부대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국방부가 2016년 모스크바의 우트리시 돌고래센터에서 3~5세 사이의 큰돌고래를 사들였으며 지난 2015년에도 돌고래 5마리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군사 무기로 이용된 동물은 비단 고래뿐만이 아니다. 1941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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