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개인전 'Spatial Harmonies' = 리나갤러리는 정다운 작가의 개인전 'Spatial Harmonies'를 개최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천(Fabric)으로 그리는 회화'란 의미로 'Fabric Drawing'이라 부른다.
작가에게 천이란 적지 않은 시간을 인류와 함께한 재료이며, 창작의 원천이 되는 소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평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기존의 전시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캔버스 뒷면을 감상할 수 있다.
물감이 아닌, 다양한 색감의 천을 이용하여 캔버스를 채우는 작가는 "천은 물감처럼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혼합하여 색상을 보여주는 것은 어렵지만, 두 가지 이상의 천을 겹침으로써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천을 중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화로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다운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의 원색을 사용한 작업을 메인으로 선보인다. 그는 "원색은 조합해 사용하는 데 쉽진 않지만, 순수한 에너지와 감정,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기엔 용이한 색상"이라 정의한다. 동시에 원색은 직관적이며, 쉽게 어우러지기 어려운 색상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원색을 포함한 다양한 색상의 천에 투영하는 것으로 비친다. 즉, 다양한 색상의 천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화와 대비의 모습은 개체를 의미하고, 캔버스는 개체가 한곳에 모일 수 있는 기반 구조로 인식된다.
작가는 사회 구조 내에서 다양한 이들과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원색의 천을 통해, 직관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집중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리나갤러리.
▲호림박물관 특별전 '향香,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 =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은 두 번째 특별전 '향香,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향과 향을 피우는 과정에서 사용한 각종 분향 도구의 예술적 심미성에 주목했다. 실물 향과 관련 그림, 전적, 도자와 금속 등 각종 공예품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이는데, 여기에는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이 포함돼 있다.
박물관 소장품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익산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17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향'을 주제로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향 애호가는 물론 전통미술 애호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향 문화는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향을 피울 때 사용한 여러 도구 중 향로(香爐)는 조형성이 뛰어나 공예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과거 향을 주제로 개최된 다른 전시와 달리 향로(香爐)에 한정하지 않고, 실물 향을 비롯해 각종 문헌과 관련 회화 작품 등을 다양하게 구성해 우리나라 향 문화사를 개괄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페트릿 할릴라이 'Abetare(Loja me Topa/공놀이)' = 2024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루프 가든에 선정된 페트릿 할릴라이의 개인전 'Abetare(Loja me Topa/공놀이)'이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코소보를 대표하는 작가 페트릿 할릴라이는 2010년 베를린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유년 시절 발칸반도에서 경험한 전쟁과 난민의 경험을 아이의 상상력과 두려움이 투영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는 스펙터클한 컷 피스 작업과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는 꿈과 상상력의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아베타레'는 코소보 아이들을 위한 알바니아어 초급 알파벳 교과서명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알바니아계에 대한 세르비아의 탄압이 극심해진 이후,'아베타레'는 알바니아계 민족의 문화적 전통을 보전하는 상징적인 책이 됐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코소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할릴라이는 1997년 발발한 코소보 전쟁으로 인해 가족 모두 난민캠프로 이동하게 된다. 작가는 난민캠프의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드로잉 프로그램에서 전쟁이 주는 공포를 아이의 시선으로 표현하며 주목을 받았다.
작가가 고향마을 루닉을 다시 찾은 2012년, 마을에 남아 있던 오래된 학교 건물은 철거되기 전이었다. 학교 건물에서 1970년대부터 세대를 거치며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녹색 책상과 벤치에서 작가는 아이들만의 비밀스러운 판타지와 다양한 언어로 남겨진 사적인 기록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세대에 걸친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바라본 꿈과 두려움의 흔적들을 담은 사적 기록들을 수집해 드로잉, 조각,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전시 주제인 공놀이라는 뜻의 알바니아어 ‘로야 메 토파(Loja me Topa)’ 역시 그 학교 책상에서 온 것이다. 루닉 마을의 초등학교 쇼테 갈리챠(Shot? Galica)의 녹색 책상에 남아 있던 아이들의 그림에서 탄생한 11명의 축구팀은 실제 선수의 모습부터 눈사람과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인간의 감정을 담은 유머러스한 선수팀으로 구성된다. 학교 책상의 캐릭터들이 갤러리의 공간에서 살아나 역동적인 공놀이를 즐기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코소보에서 유년을 보낸 작가의 상상력과 희망, 두려움과 꿈에 대한 삶의 보편적인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1일까지,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더페이지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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