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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지쳐 떠나는데 환자 몰려"…한계 달한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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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태 이후 전국 의료기관 25곳 응급실 축소
내원환자 평소보다 11% 많아…비응급·경증이 42%
아주대병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대거 이탈

전라남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목포한국병원은 23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응급실 종합상황판에 기관지 응급내시경과 영상의학 혈관 중재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같은 시각 경기도 일산병원에선 흉부·복부 대동맥 응급질환, 담낭담관 질환, 영유아 장중첩·폐색, 사지 접합치료, 기관지 응급내시경 등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런 증상으로 응급실에 오더라도 진료나 수술을 할 수 없으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뜻이다.


"의사는 지쳐 떠나는데 환자 몰려"…한계 달한 응급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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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에서 촉발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 극한으로 내몰렸다. 6개월 넘게 피로가 누적된 응급의학과 의사들마저 줄줄이 응급실을 떠나는 사이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경증환자까지 대거 몰리면서 자칫 응급실 운영이 멈출 수 있는, 말 그대로 '폭풍전야'의 상황에 놓였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8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지난 2월 의료대란 이후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는 곳은 모두 25곳으로 집계됐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이탈하기 전인 올해 2월21일만 해도 병상을 축소한 응급실은 6곳에 불과했지만 6개월 사이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3월 한 달간 46만여명으로 급감했던 전국 응급실 내원환자 수도 다시 증가해 지난달엔 55만여명을 넘어섰다. 이달 셋째 주 기준 응급실 내원환자는 하루 평균 1만9784명으로, 평시 대비 111% 수준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8월 응급실 환자는 다시 2월 규모(58만명)를 웃돌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상급병원 진료 예약이 예전만큼 쉽지 않자 경증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데다 최근엔 코로나19 재감염이 확산하며 고령층 등 증상이 악화한 환자가 늘어난 탓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응급실 환자 중 경증·비응급에 해당하는 경우가 약 42%에 달하고,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19 환자 중 95% 이상이 중등증 이하 환자였다.


"의사는 지쳐 떠나는데 환자 몰려"…한계 달한 응급실

한 지역병원 응급실의 A진료과장은 "응급실 환자 수가 평소보다 1.5배 이상 늘었고, 특히 코로나로 인한 폐렴 환자는 입원이 어려워 타 시도 병원까지 전화하는 일도 흔하다"며 "환자 상태가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데도 병원마다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니 우리로서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응급실 전문의 B교수는 "응급실에 빈 병상이 있어도 당장 의사가 없고, 간호사마저 줄인 터라 환자를 받아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며 "전공의들이 있을 땐 야간에 당직을 서면서 응급환자를 같이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교수만 1~2명 남은 과의 경우 진료나 수술을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비응급·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분을 90%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광역상황실 추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도 의문이다. B교수는 "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에 걸어들어온 환자가 CT를 찍어보면 지주막하 뇌출혈인 경우도 있고, 체한 것 같다고 온 환자가 심전도를 찍어 보면 급성심근경색인 경우도 있다"며 "경증으로 보이는 환자의 진료를 무조건 제한하거나 패널티를 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반년 넘게 현장을 지켜오던 응급 의료진들이 지쳐 대거 이탈하면서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는 일이다. 앞서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의 응급실이 한때 운영 중단됐고, 단국대병원과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도 의료인력 부족으로 진료를 멈추는 일이 있었다.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실은 야간엔 심정지 환자 외에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날도 경기 남부의 간판 응급실인 수원 아주대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절반(7명)이 이미 사표를 냈거나 낼 예정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응급실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다 못해 연쇄적으로 붕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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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환자를 살리는 최전선에 있다는 희생정신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인력난이 가중되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계속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보이사는 "지금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법적 인력 기준인) 전문의 5명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이런 상태로 (일반 병원이 휴진하는) 추석 연휴가 되면 응급실엔 더 많은 환자가 몰려 진료가 지연되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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