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결혼과 출산 10년 후까지도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는 회복되지 않으며 결혼 직후 하락한 수준이 유지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모성 페널티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22일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보고서에서 결혼과 출산이 근로자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자료 분석 결과, 남성은 결혼·출산 전후 고용률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반면 여성은 상당 수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에서 여성의 '결혼 페널티'는 결혼 직후부터 4년까지 단기로는 39%, 결혼 5년 후부터 10년까지 장기로는 49.4%까지 하락했다. 즉, 결혼하기 전에 일하던 여성 10명 중 4명이 결혼 후 5년 이내에는 일하지 않았다. 결혼 10년 후에 원래 일을 하던 여성 중 절반이 일을 그만뒀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10년 후까지도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는 회복되지 않았다. 결혼 직후 하락한 수준이 10년 이상 유지된 것. 보고서는 "결혼 페널티가 매우 장기적·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업무상 마감 등 시간 압박이 크고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일수록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결혼 페널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압박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결혼 3년 뒤 고용률은 결혼 직전보다 46.5% 감소했다. 반면 시간 압박이 큰 여성은 59.1% 줄었다.
임금 소득의 단기 페널티는 49.3%, 장기 페널티는 63.3%에 달했다. 결혼·출산 이후 고용률이 급감하면서 전체 여성의 임금 소득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결혼·출산 이후 고용이 유지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 시간의 경우, 단기와 장기 모두 5~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이 유지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간당 임금'의 경우 결혼·출산 이후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가 장기적으로는 15%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장기적으로 모성 페널티가 크게 두드러졌다. 출산 5~10년 기준, 미국 및 유럽 5개국(영국·오스트리아·독일·스웨덴·덴마크)과의 고용률 하락 폭을 비교하면 한국(43.4%)이 영국(43.7%) 다음으로 하락 폭이 높았다. 스웨덴(5.2%), 덴마크(12.5%), 독일(29.7%) 등과의 차이도 컸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성 페널티가 장기간 지속되고, 시간당 임금이나 근로시간 측면보다는 고용률 측면에서 페널티가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결혼·출산 이후 근로자가 가사·육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근로시간이나 임금을 유연하게 조정할 여지가 없다"며 "결국 노동시장 이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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