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방송토론회보다 상호 비방 줄어
민주당 요구한 특검법, 모두 반대
羅·元·尹 "수사 미진때 특검 요구가 당론"
韓 "제3자 특검법 제안으로 판 바뀌어"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6일 방송토론회에서 채상병특검법·댓글팀 의혹 등과 관련해 한동훈 후보에 대한 공세를 재점화했다. 다만 비동의간음죄·외국인 투표권 등에 대한 후보들 간 각종 정책 토론이 오가며 극언이 오간 지난 방송토론회보다는 비방이 줄었다. 당 지도부·선관위의 지나친 마타도어 금지 경고에 이어 지난 대전·세종·충청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 간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는 이날 오후 채널A 주최 국민의힘 당대표 제3차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채상병특검법 수용 여부를 묻자 한 후보는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특검법은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에 원 후보가 한 후보가 제안한 제3자 특검법에 대해 재차 질문하자 "지금 이 상황에서 민심을 감안해 그 정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저희가 보훈과 안보 이슈에서 소극적이고 도망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드려야 한다"며 "제가 새로운 대안을 제기해서 판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원 후보가 "숨길 것 없는 한 후보도 한동훈특검법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한 후보는 "원 후보가 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올라타는 것이다. 오히려 원 후보의 그런 태도가 문제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는 "공수처 수사를 보고, (수사 결과가) 미진했을 경우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게 당론"이라며 대안을 제시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한 후보에게 질문을 한 원 후보도 "저는 민주당안이든 제3자안이든 특검은 시작하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로 갈 수 있다"며 "출발부터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댓글팀 의혹에 대해서도 원 후보와 윤 후보가 한 후보에게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원 후보는 '드루킹 사건'과 닮았다고 했고, 윤 후보는 떳떳하면 특검 한 번 받아서 되치기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리와 같다며 "막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전 최고위원을 고소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도 "원 후보가 내게 여러 가지 거짓말한 것도 고소·고발 안 하고 있지 않나"고 답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에게 대선 출마를 위한 중도 사퇴 가능성을 거듭 질문했다. 나 후보는 이와 관련해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표가 대권에 나가기 위해서는 내년 9월에 그만둬야 한다. 내년 9월에 그만둘 건가"라고 언급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즉답은 피하면서 "내가 당대표가 되는 걸 너무 기정사실화 하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되받았다. 반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 후보는 '대선에 불출마해도, 서울시장에는 출마할 건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번 당대표 임기는 2년으로 지방선거까지 해야 하는 임기다. 이번 당대표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불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정책 검증도 본격화…비동의간음죄·외국인투표권 등 토론
정쟁으로 격돌한 지난 방송토론회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후보 간 정책 토론도 이어졌다. 우선 한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나 후보와 원 후보가 각각 과거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비동의 간음죄와 외국인 투표권에 대해 물었다. 한 후보는 2018년 9월 비동의간음죄를 발의했던 나 후보에게 "실무상의 입증 책임을 검사가 아니라 피고소인에게 전환하는 부작용이 있고 억울한 사람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여성가족부 자료에서 비동의 간음죄를 동의 방안을 철회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당시) '안희정 사건'과 관련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에 비동의 간음죄를 발의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하고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 후보는 "비동의 간음죄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제시카법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다시 생각해 보니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선 유지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나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20대 남성들이 가장 관심 있는 커뮤니티에서 관심 있는 주제"라며 "지도자라면 큰 그림의 법안을 말하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원 후보에게는 "(국회의원 시절) 발의해서 통과시킨 법으로 현재 투표권을 가지게 된 외국인은 거의 중국인이 대부분"이라며 "어떤 경위로 직접 발의했느냐"고 물었다. 한국인은 중국에서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는데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원 후보는 "의원 10명을 채워야 법안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에 품앗이처럼 같은 당끼리 많이 해주게 된다"고 대표 발의한 법안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재일교포를 주로 의식해 만든 법인데 그 후 중국인들의 지방자치 참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적하신 문제에 대해 저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과의 상호주의에 대해서는 시정해야 한다"고 한 후보에게 동의를 표했다.
나 후보가 주장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 후보는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일부 동의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했다. 한 후보는 "저희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을 비준한 나라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며 "임금 차별하겠다는 말씀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나 후보는 "사적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고, ILO 협약을 탈퇴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데 여기에 대해서 검토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동성혼 법제화·차별금지법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한 후보는 "다만 법제로서 어떤 제도를 가족제도를 편입시키는 건 여러 가지 권리 의무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현 단계에선 법제화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원 후보도 "동성혼이라는 것은 가족제도 이전에 저는 우리 인간의 질서의 문제"라고 반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한 후보는 "민주국가가 차별을 금지해야 된다는 건 누구나 동의한다"면서도 "세부 규정을 보면 인권위의 과도한 권한을 인정하고 권리 의무를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현 단계에선 통과돼선 안 된다"고 일축했다. 원 후보도 "비판하는 그런 자유를 차별행위라는 이유로 금지시키는 건 우리 자유민주주의에 아주 기본인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법은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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