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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낙인에…표류하는 지자체 폐기물처리장·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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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폐기물 처리시설 한 달 만에 없던 일
재수에도 무산된 이천 화장장 사업도 중단

"주민 간 갈등." 최근 경기도 평택시가 쓰레기 등 폐기물처리시설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밝힌 이유다.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놓고 해당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증폭하자 사업 추진의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도권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던 폐기물처리시설, 화장시설 등이 잇따라 좌초하거나 표류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수요에 건립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에 맞닥뜨리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혐오시설' 낙인에…표류하는 지자체 폐기물처리장·화장장 평택에코센터 전경. 신규 폐기물처리시설 건립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각 지자체들이 추진중인 사업은 주민 반발에 부딪쳐 표류하거나 좌초하는 상황이다. [이미지출처=평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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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의 경우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놓고 한 달 사이 '후보지 발표'→공모 전환→백지화의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초 현덕면 일대 80만㎡를 '제1 후보지'로 발표했다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사업 방식을 '공모'로 전환한 것. 하지만 이후에도 좀처럼 주민 갈등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시는 이달 초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아예 "민선 8기 중에는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화성시에서도 쓰레기매립장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삼표산업 계열 '에스피네이처'는 비봉면 양노리 일대 채석장 부지 34만8110㎡에 폐기물처리시설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했다. 이곳은 1988년부터 35년간 모래와 자갈을 채취해온 곳으로, 사업 기간이 만료되면서 쓰레기매립지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지역은 물론 인근 비봉지구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갈등만 확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측이 지난 5월 개최한 주민설명회가 파행 끝에 중단되기도 했다. 화성시 역시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태다.


문제는 생활쓰레기, 사업장쓰레기 등 생활폐기물 처리 수요가 급격히 느는 반면 기존 시설은 처리 용량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평택시의 경우 기존 고덕면의 처리시설인 '평택에코센터'의 하루 처리 용량은 250t이지만 평균 유입량은 270t에 달한다.


여기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6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후 재만 매립해야 한다. 가뜩이나 처리시설 부족을 겪고 있는 수도권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주민 반발로 진퇴양난에 빠져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혐오시설' 낙인에…표류하는 지자체 폐기물처리장·화장장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전경. 화성시, 부천시, 안산시, 안양시, 시흥시, 광명시, 군포시 등 6개 지자체가 공동 이용하고 있는 화장시설이다. [이미지출처=화성시]

화장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기도 내 화장시설은 ▲수원 연화장 ▲용인 평온의 숲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성남장례문화사업소 등 4곳에 불과하다. 모두 수도권 남부에 몰려 있어 동부권이나 북부권 주민들은 '원정 화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는 주민들에 가로막혀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천시다. 2019년부터 의욕적으로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한 이천시는 이듬해 부발읍 수정리를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이후 인접한 여주시 주민의 반대와 절차상의 하자 논란으로 파행만 거듭하다 지난해 9월 사업을 백지화했다. 시는 이후 올해 다시 공모를 진행해 지난 3월 대월면 구시리를 대체 후보지로 확정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이 한 달 만에 공모 신청을 철회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천시는 이후 사실상 화장장 건립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두 차례나 화장시설 건립이 무산되다 보니 섣불리 사업을 재추진하기 어렵다"며 "재추진하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아예 화장시설 건립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탓"이라고 전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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