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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고 많이 투자했다…SK이노 '19조' 순차입금 줄여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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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재무건전성 회복 위한 사업 재조정 착수
대규모 배터리 투자…부채 증가·실적 악화 우려
SK온, 비용 절감·투자 속도 조절로 흑자전환 도모

SK이노베이션에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찾아왔다. 핵심 사업인 에너지와 석유화학 업황이 하향 사이클을 지나는 가운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몇 년 사이 SK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19조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을 줄이는 재무구조 건전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 계열 내에서 과감한 사업 재조정 가능성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밸류체인(가치사슬) 재정비 방안을 이사회에 보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재무상황 점검에 이어 지주사인 SK(주)와 꾸렸던 '그린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사업 로드맵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향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안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적게 벌고 많이 투자했다…SK이노 '19조' 순차입금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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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재무건전성 회복과 사업 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순차입금은 18조5744억원에 달한다. 2021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순차입금은 2022년 16조2279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작년 말에도 17조1393억원으로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와 외부차입으로 약 6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차입금 증가를 만회하지 못했다.


부채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채총액은 50조8155억원에서 올 연말 55조3588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빚을 감당할 체력은 충분치 않다. 당분간 실적이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1분기 배터리 판매 감소 등으로 전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8조855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유가 상승으로 재고 관련 이익이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6.6% 증가한 624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3%를 기록했다.


'드라이빙 시즌'으로 정유업계 성수기인 2분기 정제마진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월 배럴당 15달러 선까지 올랐던 복합정제마진은 5월 마지막 주에 5.4달러로 내려앉았으며, 6월 마지막 주에는 8.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및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2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 19조5904억원, 영업이익 5383억원으로 부진이 예상된다.


적게 벌고 많이 투자했다…SK이노 '19조' 순차입금 줄여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사진제공=SK]

반면 배터리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 2021년 분사한 SK온에 누적 투자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SK온의 연간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2024년 7조5000억원에 달한다. SK온이 지난해 낸 이자 비용만 4698억원이다.


올해 헝가리 3공장, 중국 옌청공장 등이 상업 가동을 시작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사 '블루오벌SK'에 대한 투자가 막바지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은 시급하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다.


SK온은 투자 속도 조절과 함께 강도 높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흑자전환 달성까지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를 대폭 축소한다.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인한 배터리 산업의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최근 SK E&S와 합병이나 SK IET 지분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금창출력을 확보해 외부 차입 줄인다는 포석이지만, 이해관계자 설득이 관건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이 영위하는 그린·화학 부문에서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을 주문한 만큼 비주력 계열사 매각이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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