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으로 사실상 준군사동맹 복원
우크라이나전에 북 전투부대 파병 가능성
북한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역에 파병을 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당국도 북한과 러시아가 새 조약으로 준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함에 따라 전투 병력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에는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2일 군사동맹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 체결에 따른 북·러 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병 지역은 헤르손, 자포리자 등 유력
북한이 이 조약을 바탕으로 파병을 보낸다면 파병 지역은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이 유력하다. 러시아가 점령·병합해 자국 영토로 선언한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될 개연성이 있다. 도네츠크와 헤르손은 러시아 국내법에 따라 러시아 땅이므로 새 조약에 따라 북한 군대가 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북러가 주장할 수도 있다.
북한이 점령지역 재건을 위한 공병부대를 파병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사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 다만, 공병부대를 파병해도 이들을 보호할 전투 병력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북한과 러시아가 사용하는 무기체계가 비슷해 전투 병력을 직접 지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재건을 위한 공병부대나 인력을 파견해 외화벌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 전투부대·노동자 투입 외화벌이 가능성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벌목공들이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참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 조치했으나, 극동지역의 일부 노동자들은 그다음 해 국경이 봉쇄되면서 소규모 단위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기준으로 세계 16개국에 근로자 5만여 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파견 근로자를 통해 북한 정권이 한 해 거둬들이는 수익은 12억~23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군인들이 노동자 대신 파견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군인들을 건설 인력으로 파견하는 이유는 따로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화소득이 증가할 뿐 아니라 군 지휘 체계에 따르기 때문에 통제가 수월하다. 실제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는 북한의 건설회사인 남강건설과 철현건설을 통해 들어오는 북한 군인들은 최근 2∼3년 동안 늘어나는 추세다. 천현건설의 경우 지난 2010년 쿠웨이트에 군인 70여 명을 파견한 이후 계속해서 파견 인원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베트남전과 같이 북한의 경제를 일으킬 좋은 기회"라며 "노동자 파견뿐만 아니라 제대군인을 활용한 용병 파견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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