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인이 다른 노인 케어
요양시설 시니어 직원 크게 늘어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노(老老)케어’가 시니어들의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케어란 간병·돌봄의 뜻으로 노노케어는 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그 밖의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노인을 케어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의 케어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맡지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시설이나 방문케어를 이용하게 되고 자연스레 관련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젊은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그 자리를 채우는 시니어들의 일자리도 늘고 있다.
주간 노인보호센터 보조원으로 일하는 전직 공무원 사례를 소개한다. 퇴직 초기엔 퇴직도 했고 연금도 받으니까 ‘신나게 놀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달 지나니 하루하루가 너무나 답답하고 아내 눈치까지 보여, 수소문 끝에 찾은 일자리가 주간노인보호센터였다. 하루 5~6시간 일한다. 자동차로 노인들을 센터로 모셔와 같이 노래도 부르고 장기도 두면서 그분들을 돌봐준다. 적은 금액이지만 매월 급여를 받고 건강보험료도 센터에서 내준다.
70 넘은 나이에 방문케어 일을 하는 여성도 있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쉬고 있는데 주위에서 ‘자격증도 있고 성실하니까 다른 분을 간병해 줄 수 없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90 가까운 할머니를 방문 케어하는데, 보람이 있고 급여도 받아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노인인력개발원 등에서도 노노케어 일자리를 주선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노인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 정서적 지원, 빨래·설거지 등 가사 지원, 약물을 복용하거나 병원·약국에 동행하는 등 보건의료 지원 일을 하고 약간의 수당을 받는다.
우리보다 20~30년 고령사회를 앞서가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요양시설에서의 노노케어 일자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요양시설에선 일찍부터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해 왔다. 2017년 일본 출장 시 일본의 복지 전문 언론인에게 요코하마에 있는 요양시설 신코복지회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신코복지회의 총 직원 수는 1123명이었는데 60대 직원이 205명, 70대는 60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시니어 인력이 훨씬 더 늘었을 것이다. 일본의 노인 간병·돌봄 업계가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일본의 평균 유효구인배율은 약 1.03배다. 취업희망자 1명당 1.0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간병·돌봄 직의 유효구인배율은 3.65배로 평균의 3배가 넘는다.
그 빈자리를 메우며 ‘구세주’로 등장한 주인공들이 바로 60대, 70대의 건강한 시니어들이다. 풀타임 근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체력적 한계 때문에 본인의 희망과 체력에 따라 하루 4~5시간, 주 2~4일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CA(케어 어시스턴트)로서 요양시설의 침구 정리나 청소 등 보조업무를 맡아 전문 간병 직원의 일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같은 세대 입주자들에게 편안한 말벗이 돼주고 있다. 배식, 설거지, 산책 동행 등을 해주기도 한다.
요양시설에선 ‘60세 이상 대환영’ ‘비경험자도 환영’ 등의 문구를 내걸고 구애를 펼치고 있다. 베테랑 직원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정년을 70세까지 늘리거나 정년 자체를 없애기까지 한다. 성별의 경계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간병인 3명 중 1명이 남성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로봇 기술 등을 접목해 간병의 육체노동 비율을 낮추려는 노력도 이뤄진다.
우리나라에도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이 많다. 그분들이 이 같은 일자리에서 다양하게 일하며 서로 돕는 건강한 고령사회를 이뤄가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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