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국내 이용자 급증
상인들 “기존 온라인 시장과 급이 다른 경쟁”
‘16개 색상 아이섀도 팔레트 1800원,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 1800원.’
국내에선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인 것도 모자라 7일 무료 배송·무료 반품까지 가능한 이곳은 중국의 쿠팡이라고도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 웹사이트다. 최근 일명 ‘알·테·쉬’,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이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쿠팡 다음은 알리익스프레스…급증하는 '중국 직구' 이용객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됐던 ‘해외 직구’가 한층 더 편리하고 가까워지면서 국내 이용객은 급증하는 추세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온라인 종합 쇼핑몰 앱 1위는 쿠팡이었고, 알리익스프레스, 11번가, 테무 등이 뒤를 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수는 2월 기준 818만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30% 증가했고 테무는 581만명, 쉬인은 68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이경희씨(22)는 “옷이나 화장품을 살 땐 유튜브 후기 먼저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바로바로 찾아서 구매한다”며 “중국 사이트라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지역별·상품군별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 구매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직접 구매액이 약 1조9639억700만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이 약 1조655억5600만원으로 전체의 약 54%였다.
중국발 가격 경쟁에 깊어지는 소상공인 시름
중국 이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해 국내 상인들은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6년간 휴대폰 케이스 매장을 운영한 정모씨는 “국내 이커머스 판매자들도 중국에서 물건을 가져와 중간 마진을 붙여 팔아 왔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운영자들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챙겨주거나 마진을 덜 남기는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 중간 단계가 없어지면서 중국 이커머스와 우리 같은 판매자는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한탄했다. 투명한 실리콘 스마트폰 케이스 한 개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 알리익스프레스에선 1500원 이내로, 네이버쇼핑 2000원, 오프라인 매장 3000원대보다 훨씬 저렴했다.
서울 동대문구 의류매장 상인 김모씨도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서 작업해도 수입할 때 관세 내고, 국내 매출 다 잡혀서 세금도 내기 때문에 물건값이 올라간다”며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가격만 보고 손쉽게 물건을 구매하고 있으니 우리가 중국 가격을 어떻게 이기겠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상공인들은 국내 이커머스의 성장에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내년에 한국 현지에서 물류센터를 개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도 지난달 3조원 이상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4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는 강다희씨(31)는 “요즘 옷 디자인이 다 비슷비슷해서 여기 매장에서 옷만 입어보고 온라인으로 검색해 구매하는 손님 많이 보인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져서 매출에 타격받을 걸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상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차별점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항상 우수한 제품만 팔리는 것은 아니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도 수요가 있다”며 “소상공인들 각자가 차별적인 요인을 탐색해서 경쟁 우위에 있는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국내 상인들이나 기업이 글로벌 이커머스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대형 이커머스와 소규모 상인 간의 유통구조를 비교하면 당연히 경쟁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는 “다만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판매처를 선택하면서도 해외기업이 국내 유통 구조를 장악했을 때의 시장 구조의 변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런 사회적 논의가 많아지면 소비자들이 각자의 윤리의식과 생각을 가지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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