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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러다간 김 수입국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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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러다간 김 수입국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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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년 3월 어느 날, 인천공항에는 김을 가득 실은 화물기가 도착했다. 남극해에서 양식한 김이다. 김이 세계인이 사랑하는 블랙푸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한국인의 김 사랑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뜨겁다. 김 수입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50년 전만 해도 남해안에서 세계 김 시장의 70%를 책임졌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한반도에서는 이제 김 생산의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이런 상상은 그저 허황된 공상일 뿐일까. 해외에서 김을 생산해 비행기로 수입하는 상황이라면 그 값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비싸질지, 귀해질지 모를 일이다. 과장을 보태자면 김으로 밥을 감는 대신 채를 썰어 한 가닥만 밥 속에 넣어 먹어야 할 수도 있다.


2024년 3월, ‘김값이 올랐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모두 보여준다. 우선 이상기후로 김 생산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김 생산량은 2019년 1억6883만속에서 2020년 1억4476만속을 감소한 뒤 지난해(1억4818만속)까지 1억4000만속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이 생장하기 좋은 온도는 10도 미만인데 수온 상승으로 생산 가능 기간이 짧아졌다. 김이 녹아 사라지는 갯병 등 병충해도 더 잦아졌다. 수온이 지금 같은 속도로 오른다면 80년 뒤엔 남해안에서 김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수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김 수출은 7억8000만달러(1조2000억원)에 달했다. 122개국에 팔렸다. 김 수출이 농수산물 수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해외 수요 증가는 김 도매가격을 끌어올리는 트리거가 됐다. 앞으로도 생산은 크게 늘지 않는데 수요는 빠르게 증가해 김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김 도매가격이 급등하자 며칠 전 김 가공업체를 만나 소매가격 안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값 상승을 단기적인 가격 안정 대책으로만 해결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김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오는 7월부터 축구장 2800개 넓이에 해당하는 신규 양식장 2000㏊를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더해 세계 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이상기후에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병충해에 강하고 높아지는 수온에도 견딜 수 있는 품종이 필요하다. 일부 품종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종자 최강국이 될 정도여야 한다. 김 육상 양식 등 다양한 시도도 필요하다.


수산업 종사자의 고령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로 김 생산이 크게 줄어든 경험을 했다. 한국은 더 빠른 속도록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최첨단 IT를 활용해 생산, 채취 등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 상황에서 더 이상 노동집약적 방식에만 의존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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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은 지금 텅텅 비어가고 있다. 수산업에 뛰어들려는 젊은이가 줄어들면서 바다는 노인과 외국인노동자가 도맡은 상황이다. 수산업이 몸만 고된 산업이 아니라 고소득을 책임지게 된다면 젊은이들의 인식도 자연스레 바뀔 것이다. 수산업이 살아나 어촌이 활성화하면 저출산, 지역소멸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예산을 배정하는 기획재정부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그 성공모델을 김 산업에서 만들어 보자. 그래야 제2, 제3의 김 산업이 탄생해 어촌이 되살아날 수 있다.




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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