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당성향·주주환원율 세계 최저
금투세에 포함해 분리과세 정책 절실
대한민국의 배당소득세가 너무 높다. 본디 이자소득과 함께 총 15.4%를 세금으로 납부하지만 소득의 합계가 2000만원을 넘어서면서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어 최고세율이 총 49.5%에 이른다. 누진되는 건강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15%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미국 외에도 해외 대부분 나라들은 배당소득에 10~20%의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처럼 배당소득세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20만명 수준에 불과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을 위해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배당소득 세제가 우리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한국의 주식가격이 유독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현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의 절반까지나 부담해야 하는 가혹한 세금 때문에 최대 주주는 소유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배당 성향과 주주환원율이 전 세계 최저수준인 핵심 이유다. 낮은 배당 대신에 높아만 가는 유보금은 회사의 자본대비수익률(ROE)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또 쌓여 있는 유보금을 활용하여 사욕을 취하려는 일부 대주주는 여러 ‘거버넌스’ 문제를 야기시킨다. 회사 주식이 제값을 받을 리 만무하다. 가혹한 배당소득세는 국민들의 투자 형태와 자산 구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꾸준히 배당받으며 장기로 주식을 보유하는 건전한 투자문화는 잘 보이지 않고 단타 매매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개인들은 가혹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을 터이다.
최근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의 폐지 주장이 있었다.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소득을 얻는 큰손들에게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침체한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증권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세가 줄어들면 거래량이 많아져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란 심산일 것이다. 모두 증시 활성화를 위한 충정에서 주식 관련 세제에 대해 이래저래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정작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배당소득세에 대한 논의가 잘 보이지 않는 점은 의아하다.
자본시장으로 제대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국가가 제대로 된 자본주의 국가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필자에게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반가운 소식이다. 노쇠해지고만 있는 우리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은 이제 자본시장 정책이 거의 유일하기에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책가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해법만 양산하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생긴다. 특히 세제 부문의 경우 여러 이해관계자의 타산이 엇갈려 더욱 우려된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금투세를 시행하되 배당소득세도 금투세에 포함해 여타 해외 국가들처럼 분리과세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배당소득세율은 낮아지겠지만 배당총액이 증가해 배당소득 세수는 더욱 커져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배당은 부의 효과도 높여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고 부동산에 치우친 기형적인 가계 자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밑질 게 없는 장사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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