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유가 고공행진…고물가 기조 고착 가능성
명절 정책· 유류세 한시 인하 종료시 우려 가중
과일값이 4개월간 6%대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휘발유 가격도 ℓ당 1600원대에 올라서면서 설 이후 고물가 기조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류세 인하 연장 없이는 서민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내내 물가 압박이 강한 만큼 하반기가 돼서야 물가가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석유공사 유가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전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07.18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연휴 직전인 8일 ℓ당 1601원을 기록하며 1600원대에 올라선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의 경우 ℓ당 1695원으로, 1700원에 육박했다. 경유 가격도 지난 6일 1501.49원을 기록하며 6주 만에 1500원을 넘어섰고, 13일 오전 현재 1510.15원으로 상승했다.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동 분쟁이 확산할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뛰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3명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내내 배럴당 70달러 후반대를 기록하다 25일 80.31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80달러 선을 넘었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후인 29일에는 83.31달러까지 뛰었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마저 종료되면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진다. 현재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로 인해 휘발유는 ℓ당 205원, 경유는 212원 인하 효과를 보고 있는데 조치가 종료되면 현재 1600원대인 휘발유 값은 1800원대로, 경유는 1700원대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일곱 차례 연장됐던 한시 인하 조치가 이번에도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자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 방향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일값도 고물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하며 4개월째 6%대의 상승률을 이어갔다. 지난달 과일 값은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전체 물가상승률(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 역시 0.4%포인트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과일값 상승은 이상기후로 인한 물량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 단기간에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설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인 사과·배 등의 공급을 통해 가격 상승을 억누르려 노력했음에도 고물가를 기록한 것이어서 설 연휴가 끝나면 그동안 억눌렀던 과일 가격이 더 뛸 가능성도 있다. 상반기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소류는 겨울철이 되면 오르는 경향이 높고, 유가는 이미 높은 상태에서 드라마틱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작지만 상반기는 계속 고물가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 압력이 있는 하반기엔 물가도 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상고하저’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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