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부터 미사일 개발 착수
핵 탑재 가능한 미사일 다각도 생산 노려
북한이 30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틀 전인 28일에도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불화살-3-31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시험 발사했다. 24일엔 평양 인근에서 발사하는 등 일주일 새 세 번째다. 북한은 이미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되는 탄도미사일,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격추가 힘든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 무기고'를 다양화했다. 북한은 어떤 미사일을 개발했고,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
미사일은 크게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나뉜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을 이용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한다. 관성을 이용해 탄도궤도로 비행한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 등으로 공기를 흡입하며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로 구분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사거리 5500㎞ 이상), 중거리탄도미사일(IRBM·1000~3000㎞), 단거리탄도미사일(SRBM·300~1000㎞)로 나뉜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기준이다. 아음속(마하 1 이하)·초음속(마하 5 이하)·극초음속(마하 10 이하) 등이다.
◆사거리 늘리는 탄도미사일= 북한은 1970년대 후반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옛 소련의 스커드-B 미사일을 이집트로부터 도입한 뒤 역설계했다. 이를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사거리를 늘려가며 한반도와 주일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두는 스커드-C(사거리 500㎞)와 스커드-ER(사거리 1000㎞) 등을 개발했다. 1987년부터는 노동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 1993년 5월엔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 발사에 성공했다. 사거리 욕심은 줄지 않았다. 1998년 8월에는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다. 대포동 1호의 사거리는 1600km였다. 2006년 7월에는 사거리를 6700km로 늘린 대포동2호도 발사했다.
김정은 체제는 ICBM 개발 야욕을 한층 더 노골화했다.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모의시험, 고체로켓 엔진 시험, 신형 대출력 엔진 지상 분출시험,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부족한 기술은 훔친 기밀로 채웠다. 2011년 북한 공작원이 ‘유즈노예’로부터 기밀문건을 절취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유즈노예’는 우크라이나 로켓 발사체 개발 전문 국영 설계사무소다. 옛 소련 시절 최초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1960~70년대에는 사정거리 1만km가 넘는 전략미사일을 만들어 서방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로켓 분야의 유명한 연구소다.
사거리 500㎞ 스커드부터 고체연료 ICBM까지 완성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2017년 7월 북한은 최초의 ICBM인 화성-14를 날렸다. 성공적이었다. 다만, 대형 핵탄두를 싣기에는 무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화성-15이다. 화성-15는 약 80tf(톤포스·중량당 추력) 추력으로 약 1t을 탑재하고 1만 30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이후 개발된 화성-17은 약 160tf에 최대 2t까지 탑재하며, 사거리는 1만3000~1만5000km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은 현재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적용한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다. 그해 7월 2차 발사에서는 고각 발사로 정점고도 6000㎞를 달성했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ICBM에 액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일주일 이내 발사해야 한다. 연료를 주입하다 상대국의 정찰위성 등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추진체에 미리 넣어두는 방식이다.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 고체연료는 탄두와 일체형이어서 1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정확도를 노린 순항미사일 = 순항미사일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도와 은밀성이다. 지구는 둥글다. 레이더 전파는 직진하는 특성 때문에 공중으로 뻗어나간다. 낮게 나는 물체를 포착하지 못한다. 이른바 사각지대다. 순항미사일은 이를 이용한다. 해수면을 스치듯 ‘시 스키밍’(sea skimming)으로 비행하면 미사일이 근접해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탄도미사일보다 느리지만 위협적이다. 탄도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대기권 재진입 시 마하 20(음속 20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데, 순항미사일은 통상 음속보다 느린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순항미사일의 시초는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다. 1983년 첫 실전 배치됐다. 토마호크는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미사일로 개발됐다. 하지만 뛰어난 범용성으로 현재는 450㎏ 규모의 고폭탄두를 단 전술용 미사일로 사용한다. 핵탄두 적재는 사실상 사라졌다. 걸프전에서는 288발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전에 800발이 사용됐다. 시속은 800㎞다. 북한도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다. ‘화살-1형’, ‘화살-2형’ 등이다. 북한이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시속 700㎞ 다. 순항미사일의 속도는 진화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통상 마하 5~10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며, 변칙 기동한다는 특성을 지녔다.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상 최초로 실전 사용됐다.
순항미사일 속도 높이고 발사 지점도 다양화
극초음속미사일은 다시 극초음속활공체(HGV),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분류한다. 탄도미사일 특성을 일부 공유한다. 북한은 2021년 9월 시험 발사했던 ‘화성-8형’과 같은 HGV를 개발 중이다. 2022년 1월에는 원뿔형 탄두를 탑재한 새로운 형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두 차례 시험 발사했고, 올해 1월 14일에는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HCM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8일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이 잠수함 발사용이라고 밝혔다. 기존 발사 플랫폼과 다르다. 탄도·순항 미사일은 어디서 쏘는지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발사하는데 상대의 감시망에 쉽게 노출된다. 잠수함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미사일을 쏘면 발사 원점을 숨기거나 기만할 수 있다. 불화살-3-31형에 핵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하는 한편 핵의 투발 수단, 즉 미사일을 다각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것이 북한이 내세우는 계획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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