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슬람 국가 사우디 주재 외교관
정부에 허가서 받아야만 출입가능
한달간 마실 수 있는 술의 양도 제한
자국민은 물론 비이슬람 외국인들에게까지 술 판매를 금지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으로 술집이 열렸다. 자국민은 여전히 출입이 불가하고 외교관들만 출입할 수 있는데다 출입 규정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개혁, '비전 2030'이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이슬람 율법과 관습의 벽은 더욱 빠르게 허물어질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수도 리야드 외곽지역의 대사관 및 외교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술집 개점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비이슬람 국가에서 온 사우디 주재 외교관들만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용할 수 있으며, 내국인이나 기타 사우디에 사는 외국인들은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출입 규정도 상당히 까다롭다. 술집에 가길 희망하는 외교관들은 사우디 외무부로부터 통관 코드를 받아 모바일 앱으로 사전 등록해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술집에서 마실 수 있는 술의 양도 월간 단위로 제한돼있으며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만 한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술집에 출입하는 고객들의 월간 주류 판매 허용치를 포인트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한달에 1인당 240포인트만 살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증류주와 포도주, 맥주 1리터(ℓ)당 포인트를 매겨 240포인트 내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 규정에 따르면 증류주는 1ℓ에 6포인트, 포도주는 3포인트, 맥주는 1포인트다. 즉, 증류주는 한달에 40ℓ, 포도주는 80ℓ, 맥주는 240ℓ까지만 살 수 있다.
또한 매장에는 21세 이상 성인들만 출입이 가능하고, 복장 규정에 따라 노출이 심한 옷도 입어선 안된다. 음주자가 대리운전자를 부르는 것도 제한된다.
이러한 까다로운 규정에도 국제사회에서는 술집이 생긴 것 자체가 사우디에 큰 변화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 주재 외교관들은 매우 제한된 양의 주류만 반입이 가능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우디 당국은 외교관들이 일부 주류의 경우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도 완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슬람국가들은 율법에 따라 자국 내 이슬람신도들의 음주를 철저히 금기시했지만, 비이슬람 외국인이나 주재 외교관들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음주를 허용해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서는 지정된 술집, 클럽, 바에서 21세 이상 비이슬람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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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우디는 그동안 비이슬람 외국인들에게도 주류 반입 및 판매 금지가 적용돼왔다. 과거 사우디의 한 왕자가 술자리에서 영국 외교관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1951년 당시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는 시릴 우스만 영국 부영사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결례를 범했다며 그를 총으로 쏴서 살해했으며, 사우디 왕가에서는 이후 사우디 내 주류 반입 및 판매를 예외없이 철저히 금지해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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