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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이재명 습격범' 신상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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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이재명 습격범' 신상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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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를 충격에 빠뜨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범 김모씨(67)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관심을 모았던 신상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었으나, 최종 비공개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서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먼저 ‘살인미수’ 혐의만으로 신상이 공개된 전례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살인은 매년 260건, 살인미수는 400건 안팎이 발생한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신상공개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신상공개된 범죄자들의 면면을 보자. 신림동 흉기난동범 조선,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 신림동 공원 강간살인범 최윤종 등 대부분 흉악범이었다. 범행 수법은 매우 잔혹했고, 인명 피해도 컸다. 이들이 범행한 지난해 7~8월 ‘칼부림을 하겠다’는 등 온라인 협박글까지 이어진 만큼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라도 신상공개가 불가피했다.


이 대표를 습격한 김씨의 경우 이런 흉악범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릇된 신념과 사상으로 정치인을 노린 극단적 ‘확신범’ 내지 ‘테러범’에 가깝다. 이 같은 유형의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를 실현했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확신범의 신상공개는 또 다른 극단적 사상을 가진 이들에게 잘못된 영웅심리를 심어줘 범죄를 부추기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상공개 요건의 핵심인 ‘공공이익 필요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범죄 현장과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이 컸고, 정치테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유사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졌다. 신상공개로 기대되는 공공적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신상공개위 회의에 외부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니 경찰이 일방적으로 비공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씨의 이름과 얼굴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번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이후 대응은 적절했는지가 돼야 한다. 극단의 정치 해소는 결국 정치권에 공이 돌아간다.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미디어와 이를 활용하는 정치가 계속되고, 국민 분열을 심화하는 정치가 계속되는 한 김씨 같은 확신범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경찰의 대응도 짚어볼 부분이 있다.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2018년 29명이 사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78명), 2019년 46명의 사망자가 나온 밀양 요양병원 화재(65명) 수사본부와 비슷한 규모다. 피해자가 아무리 유력 정치인이라 해도 사건 규모 대비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 각 시도경찰청에 당대표 등 ‘주요인사 전담보호팀’을 구성해 정치인 경호를 강화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실제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이 대표 피습 당시 배치된 경찰력의 6~7배인 340명이 투입됐다. 경찰 내부망에는 과도한 인력 투입에 의문을 제기하는 현장 경찰관의 글이 올라왔다.



수사본부에, 정치인 경호에 투입된 경찰관은 모두 종래에 하던 업무가 있다. 다른 수사나 민원 등은 그만큼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 대상 범죄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겠지만, 경찰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과잉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관주 사회부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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