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 기계와 통신 접목
5G 인프라 공동사용으로 비용 절감
"유통 혁신·인구 변화 시장 살펴야"
이동통신 3사의 인구감소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통신을 사용하는 주체를 사람에서 사물로 전환하는가 하면, 인구 공동화가 일어나는 농어촌 지역에는 5G 인프라를 3사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계기로 한 달에 한 번씩 이동통신 요금을 ‘따박따박’ 받아왔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도 나왔다.
농촌지역은 '공동망' 구축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2021년 4월부터 현재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읍·면 등 농어촌 지역에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을 진행 중이다. 대상 지역은 인구 밀도, 데이터 트래픽 등을 고려해 131개 시군에 속한 읍·면으로 정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5%가 살고 1㎢당 인구 수가 약 92명인 곳으로, 통신 3사가 각자 기지국을 구축하는 지역(1㎢당 인구 3290명)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농어촌 5G 공동망 지역에서는 해외 입국자나 알뜰폰(MVNO) 가입자도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도시-농촌 간 5G 서비스 격차를 줄이되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통신3사가 공동망을 활용하기로 했다"며 "상주인구가 적은 지역이지만 여행객이나 방문객의 이동통신 사용에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줄어드는 인구 대신 사물이 통신을 쓰도록 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키우고 있다. 사람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인데, 인공지능(AI)이 초지능성을 맡는다면 사물인터넷은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월 발표하는 이동통신 가입 현황과 용도별 회선 수를 보면 휴대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 12월 휴대폰 회선 수는 약 5587만개에서 지난해 10월 5624만개로, 약 3년 동안 37만개(0.7%) 늘어났을 뿐이다. 반면 사물인터넷 회선 수는 1005만개에서 2151만개로 같은 기간 1146만개(114%) 증가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성장이 끝났다. 이제 자동차 같은 기계가 통신사의 신규 고객이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국내 3만여개 사물인터넷 사업 영위 사업체를 조사해 발표한 ‘2022 사물인터넷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국내 사물인터넷 총매출액은 약 21조원으로 전년(15조원) 대비 약 38% 증가했다. 특히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는 분야는 건설·시설물관리 및 안전·환경 분야가 전체의 30%로 가장 높았다.
"고령층·해외 맞춤형 서비스 검토를"
통신사가 보유한 풍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KT가 협력해 심야버스 노선을 마련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울시가 심야버스 노선 수립을 위해 KT 가입자의 밤 12시(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시간 30억건의 통화량 데이터를 분석해 심야버스 노선도, 배차간격, 정류장 등을 결정했다. 2017년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교통 공무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등 교통정책을 배우러 한국에 오기도 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인구 감소에 대비해 통신사들이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KT 전 임원은 "통신사 대리점은 ‘휴대폰 판매점’에서 벗어나 유통망 혁신을 통해 온라인·무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주지 이동이 거의 없는 초등학생이나 고령층에겐 일정 지역 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되 통신료를 줄이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통신사들이 중소 통신 장비 업체들과 손잡고 유럽 시장 등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CT 업계 전문가는 "예전에 없던 서비스로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줄어 노동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 사회적 포용을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하는데, ICT가 기능을 해야 한다"며 "언어를 배우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행정 지원을 돕는 업무를 일일이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 ICT 서비스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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