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폭증
의약계 보이콧에 따른 환자 불편은 여전
특히 약국 관련 불편 민원이 많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면서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부터 휴일·야간 등 의료 취약 시간대에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범사업이 개선됐다. 원래 시범사업안에서는 섬·산간 지역 거주자, 장애인 등 좁은 범위에서 초진이 가능했던 탓에 비대면 진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비판이 잇따르면서다.
19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확대 첫 주말인 16~17일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4000여건이었다. 이달 3~9일 일평균 요청 건수(190건) 대비 20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에도 같은 기간 2000여건 요청이 접수됐다.
하지만 의약계 보이콧에 따른 환자 불편이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 운영하는 약국이 많지 않고, 약 배송은 여전히 금지된 데다 일부 약사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성사된 처방전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거주 20대 남성 박모씨는 "주말에 몸살 기운으로 서울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비대면 진료로 처방전을 받은 뒤 집 근처 약국에 전화를 걸었는데, 비대면 진료 얘기가 나오자 약사가 ‘약이 다 떨어졌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는 "주말 성사된 비대면 진료 중 40~50건은 조제를 거부하는 약사 때문에 환자가 불편을 겪었다"며 "환자가 약국에 5~6번 전화를 걸고 거절당하면 플랫폼 입장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확대 방안 이후 자체 민원 창구인 시범사업 불편 접수센터 등에 접수된 민원은 총 34건인데 약 조제 관련 불편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의사단체의 반대도 여전하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등 의사단체는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들에게 비대면 진료 서비스 미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비대면 의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확대 방안 이후 비대면 진료 등록 의사 수는 전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늘었다"면서도 "단체들이 회원들에게 플랫폼 업체 탈퇴를 종용하는 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특정 단체가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 불참을 유도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비대면 진료 확대를 계기로 의사가 정확한 진찰이 어려운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진료 거부권'이 생긴 데다 약 배송은 금지됐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에서도 큰 부작용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세계 비대면 진료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실보다 득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8일 비대면 진료가 대폭 확대되면 향후 5년간 보건산업 고용이 150만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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