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부족 우려가 또다시 대한민국을 덮쳤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산업용 요소의 반출이 막혔다는 제보가 한국 관세청에 접수됐다. 통관검사까지 끝났지만 중국은 이례적으로 요소 선적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출규제로 ‘요소수 대란’을 겪은 지 2년여만이다.
정부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비축물량이 3개월분 넘게 확보돼 있어 내년 3월 초까지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체선도 미리 뚫어놓은 만큼 극심한 공급차질을 빚는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요소수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당시와 판박이다. 2021년 말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97%에 육박했다. 사실상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중국 수입 비중을 66%까지 낮췄다. 다변화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비중은 올해 다시 90%대로 원상 복구됐다.
정부가 눈앞의 대란 막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단기 대책으로 요소수 사태가 진정되자, 구조적 변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에는 무심했다. 다변화의 핵심국가로 꼽힌 인도네시아산 요소 수입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0%대다. 베트남, 사우디라아비아 비중은 더 작다. 백가쟁명식으로 나왔던 생산설비 확대, 대체촉매제 개발, 대체재 관련 시설 확대 조치는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다.
최근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정부는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지난 9월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에서 중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을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차량용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산업용의 경우 가격문제도 없고 수출제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아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내용이었다.
지금 정부 관료들은 단기 공급에 문제가 없으니, 그사이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넘기면 되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있다. 산업계가 흔들리고, 국민들의 불안감 확대로 사재기 가능성이 커지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관료들이 동원되는 것도 분명한 국력 낭비다.
2년 전처럼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거나 ‘판로모색을 지원한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대책발표는 안 된다.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변화 실패요인 분석에 나서야 한다. 기업에게 중국산 수입보다 다변화 시도가 더 저렴한 선택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가 직접 돈을 대서라도 민간기업의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또 수년 뒤 다변화 공염불을 외쳐야 한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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