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세일즈 나선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
"그간 미용에만 집중…대형화·특수화 필요"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중국의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건강검진이나 산부인과 난임 치료, 척추치료 등 선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내세워 관련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웨이징국제호텔에서 만난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은 중국 보건의료 시장 진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중국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지금이 그간 미용 분야에 집중됐던 한국의 기술력을 대형화·특수화된 시장으로 넓힐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유관 기관 및 대형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앞선 28일부터 12월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상하이, 베이징, 선양 등을 둘러보는 방중 일정을 막 시작한 터였다.
그는 "한국은 중국 인구구조 변화에 주목해서 진출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2021년 세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초혼연령이 높아지며 난임이 많다. 또 고령화 추세에 맞춘 재활 병원 등 실버시장, 출산 및 산후조리와 관련된 엔젤 시장 등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자체적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아 좋은 해외 파트너를 만들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 원장은 이어 "소득수준이 높아진데다가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다"면서 "중국의 의료특구 정책, 각 31개 성시의 특성 등을 파악해서 세분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역설했다.
의료기기 수출에 대한 성장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기준 한국 의료기기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6억6000만달러(약 8584억원)로, 미국(13억80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16.8% 증가한 수치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치과용임플란트고정체(21만7000달러, 33.0%), 조직수복용 생체재료(6만2600달러, 9.5%), 치과용임플란트상부구조물(4만2191달러, 6.4%),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3만7000달러, 5.6%) 등이 꼽힌다. 중국의 의료기기산업 시장은 318억3000만달러로, 미국·독일에 이어 전 세계 3위 규모다.
그는 "중국 경제 침체와 최근 수입산 의료기기 구매 제한 정책 가속화로, 이미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은 수입 규제에 따른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첨단 장비 제품 및 소모품 시장은 낮은 기술 성숙도와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번 출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끊겼던 양국 간 의료플랫폼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 사례는 2016년 이후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83%씩 성장했다. 2016년 2건에 그치던 것이 올해까지 누적 기준 72건 성사됐다. 그중 47건(65.2%)은 정부 지원을 통해 추진된 사업들이다. 다만 대부분이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 관련 의료기관 개설과 컨설팅·기술지원 등이라는 한계는 있다. 중국 환자의 한국 송출도 보다 시스템화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환자는 2019년 16만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3만명대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4만4000명대로 조금 회복된 정도다.
차 원장은 "회복 국면에 있는 만큼 끊겼던 흐름을 잇기 위해 의료기관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한국 병원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한국적인 동북 3성과의 협력을 위해 선양시 정부와 보건의료 산업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국제의료사업에 대한 새로운 시장 개척과 그간 끊겼던 협력의 맥을 다시 잇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산둥, 장쑤, 후난 등 주요 지방정부와 구축했던 협력체계를 복원해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내 의료기관의 참여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흥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약 9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고, 이 중 일부를 제약·바이오·의료기기·의료서비스·화장품 등 보건의료산업 R&D에 투입할 계획이다. 외국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고, 한국의 병원과 보건의료서비스를 해외에 진출하도록 돕는 사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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