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대회 준우승 3번
12차례 '톱 10' 진입
대상 3위·상금랭킹 6위
"이예원 언니처럼 되고파"
‘최종 승자’는 김민별이었다. 그는 ‘특급 루키’들이 즐비했던 202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최고의 신인에 등극했다. 김민별은 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은 시즌이었다"며 "신인왕에 올라 기쁘기도 하지만 우승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 못했던 우승을 하고 싶다"면서 "(이)예원 언니의 길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김민별은 ‘슈퍼 루키’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주니어 상비군에 발탁됐고, 아마추어 시절 20차례나 우승했다.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했고, 정회원 선발전을 통과한 뒤 시드전에서 당당히 수석 합격했다. 올해 성적도 발군이었다. 29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3회를 포함해 12차례 ‘톱 10’에 진입하는 일관성을 자랑했다. 신인상 포인트 1위(2969점), 대상 포인트 3위(516점), 상금랭킹 6위(7억4575만원)다. 다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한 것은 ‘옥에 티’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 6월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7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반면 신인왕 레이스를 펼쳤던 방신실은 2승(E1 채리티 오픈,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황유민은 1승(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을 수확했다. 김민별은 "친구들의 우승이 부러웠다"면서도 "기술적으로는 쇼트 게임과 퍼터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김민별은 KLPGA투어 데뷔전 점수를 85점으로 매겼다. 그는 "우승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85점을 주고 싶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민별은 "정규투어 첫 경험이라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 많았다. 내 플레이를 펼치면서 무너지지 않았다면 우승도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장타력과 정교함을 갖춘 선수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이 발군이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 248.55야드(11위), 그린적중률은 72.47%(14위)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아이언"이라면서 "아이언 샷은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민별은 내년 목표가 우승이다. "첫 우승의 물꼬를 튼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선배 이예원 활약을 주목했다. 이예원은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차지한 뒤 2년 차인 올해 메이저 1승을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았다. 상금(14억2482만원)과 대상(651점), 평균타수(70.71타)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김민별은 "언니가 정말 찰 쳤다. 우승 없이 신인상을 받은 뒤 곧바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저도 내년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별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간판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6승을 쌓은 김효주를 좋아한다. 두 선수의 플레이를 닮고 싶다. 그는 매킬로이에 대해 "가장 좋아한다. 멋있고, 스윙도 완벽하다. 스타일도 좋다"고 했다. 김효주에 대해선 "프로님은 자신만의 골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필드에서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치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시즌을 마쳤지만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폰독인다 골프장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김민별은 "주중에는 용인에서, 주말에는 춘천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 대회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김민별은 내년 1월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2월 말 귀국하는 일정이다. 그는 "쇼트게임과 퍼팅을 보완해야 한다. 100m 이내 샷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생각이다. 퍼팅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전했다. 김민별은 목표를 높게 잡았다. 1승이 아닌 ‘다승왕’이다. 그는 "골프를 하는 동안 개인 타이틀은 한 번씩 받고 싶다. 올해는 꾸준하게 잘 쳤으니까 내년엔 다승왕을 해보고 싶다"면서 "다승왕을 한다면 대상, 상금왕도 가까워질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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