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산림청은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해 ‘걷기 좋은 명품숲길’ 50곳을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숲길은 하루 정도의 산행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좋아 국민이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제공한 명품숲길을 매주 금요일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만보 코스는 지리산둘레길 산동~주천(21코스) 구간 내 ‘현천마을~밤재’ 길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제1 국립공원으로, 국내 ‘100대 명산’ 중 하나다. 이 산 둘레를 잇는 지리산둘레길은 장거리 도보여행자 사이에서 친숙한 이름으로 통한다. 다만 전체 길을 모두 돌아보기 위해서는 굳은 결심과 짜임새 있는 계획이 필수 아닌 필수가 된다.
지리산둘레길의 총연장은 289㎞에 이르며, 구간은 21개로 나뉜다. 이 길은 경남·전남·전북 등 3개 도와 함양군·산청군·하동군·구례군·남원시 등 5개 시·군에 걸쳐 이어질 만큼 장대하게 뻗어 있다. 지리산둘레길이 장거리 도보여행지로 주목받게 되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이중 산동~주천(15.9㎞)은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을 잇는, 지리산둘레길 완주의 마지막 코스다. 오늘의 만보 코스인 현천마을에서 밤재 가는 길도 이 구간에 포함된다.
지리산둘레길의 총연장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단거리에 속하지만, 도보길 곳곳에서 마주하게 될 자연과 마을 그리고 역사·문화적 가치만큼은 지리산둘레길 여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우선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들꽃은 이곳을 거쳐 가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리산 들꽃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마다 3월 초가 되면, 현천마을 초입에선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비집고 피어난 노란 복수초(얼음새꽃)이 만발해 겨울 지나 완연한 봄이 찾아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린다.
또 현천마을에서 계척마을로 이어지는 길에선 산수유가 군락을 이뤄 장관을 이룬다. 무엇보다 현천마을 저수지를 에워싼 길가에는 다양한 들꽃과 노란 산수유꽃이 조화롭게 피어나 도보여행의 단조로움을 덜고, 여행자가 잠시나마 허리를 숙여 꽃과 코끝을 맞대게 하는 여유 한 줌을 챙겨준다.
현천마을을 지나 만나게 될 곳은 연관마을과 계척마을이다. 고샅길을 따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다 보면 먼저 연관마을에 닿는다. 이곳의 볼거리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로, 나무는 두 사람이 마주보며 서로를 끌어 안듯 손을 뻗었을 때 겨우 손을 잡을 만큼 자태가 웅장하다.
또 계척마을에는 수령 300년 이상의 당산나무와 수령 1000년 안팎의 산수유 할머니나무가 마을의 명물로 뿌리내렸다. 과거 산동성에서 지금은 ‘이순신성’으로 이름을 바꾼 성곽(백의종군로)도 이 마을의 볼거리로 꼽힌다.
이어지는 구간의 편백 숲에는 수령 30년 이상의 편백나무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고, 곳곳에 세워진 벅수(장승)는 길을 헤매지 않게 하는 일종의 이정표가 된다.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푹신한 지면과 길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평상은 고된 여정에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돼 준다.
구간 끝자락의 밤재는 남원과 구례를 잇는 고갯길이다. 밤재까지 오르는 구불구불한 임도는 여름철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봄과 가을에는 들꽃과 단풍 그리고 지리산 능선을 오롯이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밤재 정상에서는 한쪽으로 구례, 다른 한쪽으로는 남원이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주요 경유지 : 현천마을~연관마을~계척마을~산수유시목지~편백숲~밤재
코스 길이 : 7㎞
소요 시간 : 2시간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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