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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히려 단기 성과 집착하게 만든 IFR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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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까지 거침없던 보험사들의 '실적잔치' 행진이 3분기에는 다소 주춤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의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빅4' 구도가 깨졌다. 생명보험업계는 더욱 부진했다. '빅3' 중 두 곳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408억원, 329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고금리의 그늘이 여전했다는 평가다. 보험사는 고객 보험료를 주로 장기채권에 투자하는데, 시장금리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부담이 됐다. 특히 보험금을 요청 즉시 지급하기 위한 용도인 매도가능증권이 발목을 잡았다. 새 회계기준 IFRS17에서는 매도가능증권 상당수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FVPL) 금융자산으로 분류된다. 채권을 매각하지 않았어도 시장가가 떨어지면 순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3분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보험 영업 부문에서는 순익을 기록했지만 투자 부문에서 각각 2524억원, 768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순이익 감소는 고금리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때문이므로 면피가 된다.


반면 보험사들은 IFRS17에 도입된 수익성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성장시켰다. 교보생명의 3분기 CSM은 6조4694억원으로 상반기 5조2840억원 대비 1조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한화생명도 전분기 대비는 줄었지만 누적 신계약 CSM의 경우 1조8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가까이 불었다.


CSM은 보험사가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예상이익이다. 우선 부채로 잡되 보험료가 들어오면 부채에서 상각하며 이익으로 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예상'이익이다. 조금만 낙관하면 순이익보다 오히려 부풀리기 쉽다. 언제든지 보험이 중간에 해지되거나 보험금 청구가 늘어날 수 있다. 낙관적으로 예측하면 당장 CSM은 높지만 예상치와 실제치의 차이가 클 경우 일순간 손실계약이 되면서 순이익도 급감한다.


문제는 이렇게 손실이 급증할 수 있는 시기가 현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임기가 지난 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FRS17과 CSM이 오히려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는 이유다. 당국이 판매 제동을 걸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일부 보험사들은 당장 CSM을 불리기 위해 여전히 공들여 판매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7년 등 만기가 지나면 원금 이상의 목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들이 일시에 대량해지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험사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보험사가 부실화되면 민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보험은 금융상품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괜히 보험사가 타 업계보다 빡빡한 건전성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일회성 상품을 내놓거나 보험료를 임시로 할인해주는 것보다는 부실을 막고 장기적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진짜 상생금융이 아닐까.


[기자수첩]오히려 단기 성과 집착하게 만든 IFRS1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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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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