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퀄컴 특허 회피도 개발 지연
애플이 아이폰용 5세대(5G) 통신용 칩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자체 통신용 칩 출시 시기가 2025년말에서 2026년초로 또 한차례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현재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통신칩을 개발하기까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2018년부터 수천 명의 직원과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자체 통신용 칩을 개발해왔다. 퀄컴 통신용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생산 원가를 절감하려는 목적이다. 2017년부터 퀄컴과 과도한 로열티 요구, 특허 침해 문제로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 발화점이 됐다. 2019년에는 인텔의 스마트폰 칩 사업부를 인수해 자체 통신용 칩 개발에 속도를 냈다.
애플은 당초 자체 통신용 칩이 탑재된 아이폰의 출시 목표 시점을 2024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개발상 어려움으로 2025년초로 연기했고 이번에 다시 2025년말~2026년초로 미뤘다고 통신은 전했다.
애플의 자체 통신용 칩 개발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는 최근 애플이 퀄컴과 2026년까지 아이폰용 통신용 칩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감지됐다. 통신용 칩은 통화나 인터넷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전 세계 통신사와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원활히 기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현재 애플의 통신용 칩 개발은 초기 단계로, 개발팀은 첫 제품의 성능이 경쟁사에 몇 년 뒤처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용 칩 개발 자체도 어려운 데다 엔지니어 인력 부족도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애플 통신용 칩 개발 과정에서 퀄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또한 기술 개발을 늦추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애플이 자체 통신용 칩 개발에 성공해도 퀄컴 특허를 침해하면 현재 아이폰 한 대당 9달러인 로열티를 계속 퀄컴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소식통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은 꽤 분명했다"며 "애플이 인텔의 실패한 프로젝트를 인수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퀄컴의 특허 침해를 피하는 일은)이미 어려운 과정에 또 다른 압박을 가중한다"면서 "우리는 피소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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