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속도전 자금 조달 '역풍'
LG엔솔 3분기 2219억…작년 동기비 314%
고금리 여파에 배터리 기업들이 부담한 이자가 크게 늘면서 올해만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한발 앞서 대규모 투자를 하다 보니 투자금 확보에 따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이자 비용이 22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5억원보다 무려 314%나 증가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이자 비용만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출범 후 처음으로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LG에너지솔루션은 9월에도 씨티은행과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등을 상대로 모두 10억달러, 한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각각 4억달러, 6억달러로 나눠 발행됐는데 만기일은 2026년, 2028년이다. 이자율은 5.625%, 5.75%다. 지난 6월 공모한 회사채의 이자율이 4%대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차입금은 10조660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1092억원보다 2조5000억원(31.4%) 증가했다.
높은 이자율에도 자금 조달은 늦출 수 없는 이유는 계획된 투자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배터리 생산시설 신·증설에 투자비로 무려 7조6454억원을 집행했다. 내년 LG에너지솔루션의 추정 설비투자 규모는 12조원 안팎이다.
최근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예정했던 투자의 시기를 늦추기는 어렵다. 고객사에게 예정대로 배터리를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 중단처럼 아직 땅을 파지 않은 신규 설비투자는 속도 조절을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도 올해 이자 비용으로 1959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8억원 대비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GM과 합작투자를 포함해 울산공장 증설 등 조단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에 1조1398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삼성SDI의 차입금은 작년 말 5조1482에서 3분기 기준 5조4442억원으로 5.7% 늘어났다.
SK온은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자를 내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이자 비용은 336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8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는 그나마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 반면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SK온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기업도 고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이 2, 3배 늘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까지 이자 비용으로 각각 737억원, 459억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340%나 증가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99억원에 그쳤던 이자 비용이 292억원으로 늘었다.
높은 이자 부담에도 배터리 기업들은 끊임없이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이달 초 NH농협은행과 금융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에코프로 계열사 5곳은 지난 10일 DGB대구은행과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협약을 맺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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