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딜 성사시키는 승부사…평가는 엇갈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카카오 외연 확장을 주도한 '키맨'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등 조 단위 인수·합병(M&A)으로 기업 가치를 키웠다. 반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딜을 밀어붙인 것이 에스엠 사태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 대표는 지난 26일 에스엠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980년생인 배 대표는 2004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CJ그룹에 몸담았다. CJ에서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전략실 부장을 맡았다. 2015년에는 CJ를 떠나 카카오로 자리를 옮겼다. 카카오의 투자 컨트롤타워인 빅딜팀 팀장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2016년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멜론 운영사인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에는 북미 웹툰 ·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를 잇따라 품었다. 연달아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조직에서 입지를 굳혔다. 카카오에 합류한 지 3년 만에 투자전략실장으로 승진했고 2020년에는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주도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배 대표 역할이 컸다. 카카오뱅크가 기관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배 대표가 활약했다. 올해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에서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할 때도 배 대표가 주도했다.
이 같은 활약 덕에 배 대표는 올해 카카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스타일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는 등 계열사로 보폭을 넓혔다. 카카오 공동체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서 투자 총괄도 맡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복심으로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꾸준히 거론됐다.
반면 메가딜을 성사시킨 승부사 기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로엔을 인수할 당시 카카오 임원 모두가 반대했지만 배 대표가 끝까지 밀어붙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멜론이 카카오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으면서 배 대표의 입지가 굳건해졌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은 사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카카오가 올해 에스엠을 인수할 당시 하이브와 공개매수 대결에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것도 배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배 대표 등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에스엠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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