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좁은 틈 좋아해…배설 흔적 찾아야
빈대 물렸다면 온찜질 후 피부과 방문
국내에선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빈대(베드버그, bedbug)가 최근 인천, 대구 등지에서 출몰하고 있다. 과거보다 서구화된 주거환경이 빈대 서식에 유리한 데다가 살충제 저항력이 강해진 개체는 박멸이 어렵기 때문에 빈대가 전국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진다.
빈대는 최근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발견된 데 이어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도 나타났다. 해당 찜질방과 대학은 실내를 소독하는 등 방역에 나섰지만, 빈대의 경우 완전 박멸이 어렵고 이미 다른 곳으로 번졌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20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빈대는 실내 서식성이고 주거환경 주변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라며 "빈대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는 아니지만 계속 흡혈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을 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빈대에 물렸을 경우 피부발진, 가려움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빈대에 물렸을 경우 온찜질을 통해 빈대의 타액이나 항원성 물질을 분해해 가려움증을 해소한 뒤 병원에 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양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빈대가 서식·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주거문화가 대부분 서구화돼서 침대, 카펫, 소파를 쓰고, 보일러를 틀면 집안 전체가 온화한 환경이 된다"며 "빈대는 온도 10도 이하면 부화가 어렵고 성장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지만 25도 이상이면 빈대가 번식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빈대는 박멸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빈대는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로 추정되는데, 해외에서는 살충제 사용이 잦아 이에 대한 저항성이 발달한 개체가 많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빈대가 많이 살면 개체군을 형성해 침대 주변에서 살고, 개체 수가 많아지면 침대 옆 사진틀 뒤나 액자 뒤에도 살고, 심지어는 콘센트 안에서도 산다. 이 건물, 시설 내 빈대가 어느 정도 개체군으로 서식하고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빈대는 다 해외 유입인데 외국에서는 살충제를 굉장히 많이 쓰다 보니까 저항성이 발달해서 살충제에 잘 안 죽는다"고 덧붙였다.
주거지에 빈대가 있는 알아보려면 빈대가 배설한 흔적을 찾아야 한다. 양 교수는 "빈대는 좁은 틈을 좋아한다. 의심스러우면 침대 주변, 가장자리 재봉선, 침대 프레임의 이음 부분 등에 빈대가 배설한 흔적을 찾아보라"며 "빈대의 배설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 처음 맡아보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약간 퀴퀴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면 박멸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고열 처리다. 양 교수는 "제일 좋은 방법은 50~60도 정도 고열로 2시간 정도 해주면 건조돼 말라 죽는다"며 "침대보나 옷은 삶거나 건조기에 넣어도 되고, 아니면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물건에 뜨거운 바람을 쐬어주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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