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노란우산·경찰공제회 등 임기 짧아
단기 성과에만 치우치거나, 무리 없이 임기 마치는데 치중하기도
“장기 투자자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변경과 기관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임기 만료가 속속 다가오고 있다. 기관 자금은 대부분 5~10년 이상의 장기로 투자한다. 하지만 투자를 총괄하는 CIO의 임기는 2~3년에 불과하다. 성과를 인정받을 경우 연임도 가능하지만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투자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CIO 임기 속속 만료…올해 들어 수익률은 회복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규홍 사학연금 CIO의 임기가 지난달로 만료됐다. 한종석 경찰공제회 CIO의 임기는 이달에 끝난다. 사학연금은 차기 CIO 인선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학연금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이다.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규홍 전 CIO는 2019년 10월1일 부임한 후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계약을 두 번 연장해 총 4년을 일했다. 이 전 CIO 재임 동안의 수익률을 기록을 보면 2019년 11.15%, 2020년 11.49%, 2021년 11.95%, 2022년 -7.75%를 기록했다.
한종석 경찰공제회 CIO의 임기도 이달로 만료된다. 2021년 10월 취임한 한종석 CIO는 2년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이달 퇴진한다. 경찰공제회는 2021년 수익률 5.6%, 2022년 5.0%를 기록하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돋보였다.
이어 이도윤 노란우산 CIO와 이상희 군인공제회 CIO의 임기 만료가 내년 5월 나란히 돌아온다. 2021년 5월 취임한 이도윤 CIO는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더 일하고 있다. 노란우산의 수익률은 2021년 4.44%, 2022년 -1.88%를 기록했다.
2021년 취임한 이상희 CIO는 내년 3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군인공제회 규정상 연임이 가능하다. 2021년 수익률 6.6%, 2022년 5.7%를 기록했다.
2022년 7월에 취임한 백주현 공무원연금 CIO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1년 단위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백 CIO가 취임한 이후 2022년 수익률은 -4.4%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장 최신 수익률 수치인 8월 기준 6.4%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취임한 서원주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1년 단위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잠정 수익률 9.74%로 반등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허장 행정공제회 CIO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3년 더 연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수익률은 3.8%를 기록했다.
임기 만료 시점에 새로운 투자 승인 나는 해프닝도
주요 기관 중에서는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노란우산·경찰공제회 CIO의 임기가 2년으로 짧은 편에 속한다. A기관 CIO는 "발의한 내용이 1년이 넘어서야 내부적인 허들을 넘어 진행된다"며 "임기가 너무 짧으면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실행하거나 투자방식을 바꾸려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장기 성과보다 단기 성과에 치우치거나,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치는데 치중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의사결정 절차가 길어서 새로운 투자에 공감대를 얻고 실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임기 만료 시점에서야 승인이 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생긴다.
CIO의 짧은 임기는 국내 연기금의 지배구조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의 연기금 성과평가 주기, 평가 보상 제도, 짧은 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 수익률로 평가받는 CIO와 운용역이 장기 자산을 소신껏 운용하기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해마다 수익률이 집계되지만, 이 수치로 CIO의 성적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기관 자금은 대부분 장기 투자 자산이고, 올해 성과는 수년 전 의사결정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장기 투자자로 운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며 "인재의 관리와 양성, 성과평가의 주기, 평가 보상 체계가 전체적으로 맞물려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VC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자산 배분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임기를 현재보다 늘리는 게 맞다"며 "더군다나 대체투자 분야는 투자 지속 기간이 길다는 측면에서 더욱 CIO의 임기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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