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의약품 부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약 생산량을 줄이는데다, 저출산까지 더해지면서 수요가 적은 소아·청소년 약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국 약사 1300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 ‘약사를 위한 마켓’에는 해열제 시럽 등 소아·청소년 약품을 구하는 글로 도배됐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약사들끼리 서로 재고 없는 제품을 물물교환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약사들의 고충은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영유아 아이를 둔 부모들도 알약을 못 먹는 아이를 위해 시럽 형태의 해열제를 구하는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이 같은 품귀 현상은 감기약 수요 증가와 제조업체의 약품 회수 절차가 맞물린 탓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국내 상륙, 감기약 관련 의약품이 급속도로 판매됐다. 현재도 그 여파가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그런데다 지난 5월 어린이 해열제 점유율 1, 2위 제품이 각각 갈변현상, 맑을 액체와 불투명 액체 분리 현상으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재고가 바닥나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일각에서는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제약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털 때까지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내놨다. 성인약은 대체약이 많지만 소아약은 대체약이 거의 없어 더욱더 문제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에도 소아 의약품 부족 현상을 토로했다. 전국 아동병원 44곳을 조사한 결과 소아·청소년 천식·독감 치료제, 항생제 등 141개 필수 의약품이 짧으면 2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품절이거나 수시로 품절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약 재고까지 신경 쓰면서 진료해야 하는 데다 보호자에게도 품절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고충을 겪는다는 것.
이러한 원성에도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와 부모와 소아·청소년 의사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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