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의 피해 상황 수습이 한창인 가운데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에 대해선 재차 선을 그었다. 현재 시점에서 가용재원을 활용한 피해 복구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예비비 등 투입을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이번 주 추가 집중호우를 예고하는 등 피해가 보다 커질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추경 요구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집중 호우로 농지 침수 면적은 21일 오전 6시 기준 3만5068.4㏊(헥타르)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0㏊)의 121배에 달하는 규모다. 인명·시설 피해는 22일 오전 11시 기준 4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또 농업시설 59.0㏊도 파손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밥상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21일 기준 4㎏에 8만3520원으로 일주일 만에 98.3%, 청상추(상품) 역시 4㎏에 9만360원으로 144.7% 각각 올랐다.
역대급 집중호우로 농작물과 인명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에 선을 긋는 이유는 올해 세수 부족 상태에서 빚을 내 재원을 추가 투입할 경우 국가채무 압박이 더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재해로 인한 추경을 검토하기에는 재산피해액이 과거 2002년 태풍 루사(피해액 4조1000억원), 2003년 태풍 매미(약 3조원) 등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문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추가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서울·인천·경기 50~120㎜, 대전·세종·충청내륙 30~80㎜, 광주·전남 50~100㎜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수해 복구를 위해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악화일로인 민생경제가 이번 수해로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며 추경 편성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당장 피해복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수해복구 지역을 살핀 후 "추경으로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재난·재해대책비, 예비비 등 정부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신속히 수해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피해 농가가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침수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재해 복구비 지급과 침수 시설·장비 교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농작물 재해보험금은 신청일로부터 한 달 내에 지급받도록 속도를 높이고, 피해지역 배수시설 개선에도 나선다. 이외 수해자들에 대한 세무신고와 납부 기한 연장 등 세제·세정상 편의도 지원할 예정이다. 밥상 물가 급등 우려에 대해선 상추·시금치 등 품목은 최대 30%까지 할인을 지원하고, 닭고기의 경우 할당관세 3만t을 다음 달 중 전량 도입한다. 종란 500만개 수입 및 병아리 입식에 대한 800억원 규모의 융자도 지원할 계획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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