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주요 7개국(G7)이 안보 보장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나토 동맹국과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규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토에 가까워졌다"면서 "오늘 우리는 동등하게 만난다. 우리가 동맹국으로 만나는 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첫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도 주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31개 동맹국 정상과 동등한 지위에서 협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평의회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 G7은 종전 뒤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해 전쟁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군에 육해공에 걸쳐 현대적인 군사장비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안정과 회복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도 약속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까지 장기적 안보 보장을 하기로 했다"며 "의미있는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안보보장이 나토 가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토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나토로) 통합으로 향하는 우리의 길에 대한 안보보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일원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500일이 지난 시점에서 러시아에 인접한 리투아니아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세부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 중인 상황, 이에 따른 나토 내 이견으로 인해 31개국은 결국 구체적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입절차를 축소하는 데만 합의했다. 이에 종전 후 가입 일정 등과 관련한 나토의 확답을 원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가 계속 침공한 동기가 된다"며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러시아는 G7, 나토의 지원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이들 국가는 불가분의 안보라는 국제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유럽을 수년간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글로벌 평화와 안보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나토와 유럽연합(EU),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중국의 세계적 독단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은 나토, EU,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훨씬 더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4개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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