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정비 등 200억엔 투입
의료·금융 분야 기업용 AI 생산 목표
일본 소프트뱅크가 독자적으로 생성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선다고 밝혀 일본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공식 석상에 복귀한 손정의 회장이 AI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강조한 가운데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 기술 확보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소프트뱅크가 기업용 생성 AI 개발을 위해 200억엔(1918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금은 슈퍼컴퓨터 계산 기반 정비 등 개발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와함께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니케이는 "소프트뱅크가 개발하는 AI는 엔비디아 GPU를 탑재해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며 "최첨단 AI 개발에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생성 AI는 기업용으로 설계된다. 우선 콜센터 업무에 도입하는 생성 AI 개발을 진행하고, 이후 전문지식이 필요한 금융이나 의료 등에 특화된 AI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성능을 결정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는 10억개 정도로, 우선 이를 600억 개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 챗GPT의 기반이 된 'GPT-3'의 경우 파라미터 수가 1750억 개다. 다만 챗GPT는 범용 생성 AI로 개발과 운용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먼저 특화형 AI 개발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이번에 개발을 위해 구축하는 슈퍼컴퓨터를 다른 기업에도 대여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소프트뱅크의 AI 직접 개발은 사실상 예견된 시나리오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 참가하면서 7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AI 혁명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가 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한 소프트뱅크의 중기 경영계획에서도 외부 기업을 겨냥한 사업 확대를 강조해 이동통신사의 정체성보다는 비 모바일 사업 진출에 힘을 싣는 모습이 관측됐다. 기업에 생성 AI를 제공하고 계산 기반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도 소프트뱅크가 이번 AI 투자 확대를 계기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비전펀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3분기 콘퍼런스에서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불참하면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나스닥 상장 추진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사실상 투자자들의 불만과 언론의 주목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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