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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패권전쟁 한국의 승부수]"AI가 내 책상을 차지했다"…역대급 감원태풍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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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서 AI로 3900명 감원
생성 AI, 3억개 정규직 대체

[AI패권전쟁 한국의 승부수]"AI가 내 책상을 차지했다"…역대급 감원태풍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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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인간 제작사 온마인드는 최근 전사 직원에게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 활용법을 공유했다. AI는 클릭 몇번으로 '생동감' 같은 표현 강도를 조절하거나 특정 작가의 화풍을 구현했다. 사내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에선 "회사에서 곧 잘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온마인드는 AI 전담팀(AI랩)을 만들고 AI 업무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 모바일 게임사에 다니는 3D 그래픽 아티스트 A씨는 회사에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도입한 후 하는 일이 달라졌다. 게임 캐릭터 3D 모델을 만들고 이를 움직이는 2D 그래픽으로 전환하려면 수작업이나 창의성이 필요했다. 미드저니 사용 후에는 필요한 이미지를 뽑아내기 위한 명령어(프롬프트)를 작성하고 포토샵 처리를 더하는 게 전부가 됐다. A씨는 "몇주씩 걸리던 작업을 2~3일 안에 끝내니 AI가 내 자리를 차지하는 느낌"이라며 "다른 회사라고 상황이 다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I패권전쟁 한국의 승부수]"AI가 내 책상을 차지했다"…역대급 감원태풍 오나

AI가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기계가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 여겼던 고임금의 창조적 업무까지 척척 해낸다.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글, 그림 등 새 창작물을 내놓는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면서 AI발(發) 감원 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는 이미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 챌린저 크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미국 기업에서 AI 때문에 감원한 인원은 3900명. 폐업(1만9598명), 시장 상황(1만4617명), 비용 절감(8397명)에 이어 7번째로 많은 규모다. 보고서에서 인력 감축 이유로 AI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망은 더 어둡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성 AI가 3억개에 달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일자리의 18%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미국 CNBC 조사를 보면 미국 근로자 4분의 1은 AI가 자신의 직업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 우려했다. 단순 노동 직군보다 고임금의 사무직이 AI 위협에 더 치명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 시장보다 선진국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 인플렉션AI 최고경영자(CEO)는 "AI 발전으로 향후 5~10년간 사무직 상당수가 매우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며 "수많은 패배자(loser)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패권전쟁 한국의 승부수]"AI가 내 책상을 차지했다"…역대급 감원태풍 오나

디자인, 카피라이팅 같은 창작 업무도 AI 등장으로 변화를 맞았다. LG그룹은 생성 AI '엑사원 아틀리에'를 개발해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다. 엑사원 아틀리에가 만든 이미지를 디자이너가 구체화해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숨37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는 식이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라이브 쇼핑 방송 대본 초안을 써주는 'AI 큐시트 헬퍼'를 시범 서비스 중이다. AI는 판매자가 올린 제품 정보나 구매 후기 등을 이용해 1분 안에 초안을 써낸다. 전문 쇼호스트나 인플루언서 화법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한다. 크래프톤은 AI 퍼즐 게임 '푼다'를 올 3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AI가 사용자 실력에 따라 맞춤형 퍼즐을 즉시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자가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것이다.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다 보니 일부 산업 현장에선 반발이 나온다. 'AI 보이콧'이 한창인 웹툰 산업이 대표적이다.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은 창작자들이 올린 'AI 웹툰 보이콧' 게시물로 도배가 된 상태다. 지난달 네이버웹툰에 올라온 한 신작이 AI 창작 의혹에 휘말린 것이 계기다. 작가들은 AI가 일자리를 감소시켜 창작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AI 활용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도 더 이상 먼일이 아니다. 지난 14일 웹툰작가노동조합·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은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 시위에 나섰다. WGA는 지난달 스트리밍 플랫폼 등장으로 흔들린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고 AI의 대본 작성을 금지해야 한다며 15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반면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비서나 인턴을 옆에 두고 일하듯 AI와 협업이 일상화된다는 것.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챗GPT를 활용하면 평균 37%의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글로벌 금융기관 제프리스는 "AI가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 4일제 근무가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내 업무에 챗GPT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업스테이지의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직원들이 챗GPT를 '인턴'이라 부른다"며 "보통 인턴이나 3년차 직원에게 기대하는 요구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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