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선 승자 알려주는 바로미터 충북
역대 충북 승자 모두 대통령 당선
2022년 대선 때는 청주 흥덕 득표율 유사
대한민국은 5년에 한 번씩 선거 때문에 열병을 앓는다. 전 국민을 정치 전문가로 만드는 대형 이벤트, 바로 대통령 선거다. 2022년 3월9일 열린 지난 대선. 얼마 전의 기억 같지만 이미 1년 3개월 전의 일이다. 이는 3년 9개월 후에 새로운 대선을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차기 대선 주자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아직은 인지도 조사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기 대선의 향방을 확인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될까.
대선 주자는 물론이고 선거 구도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방향을 가늠할 수는 있다. 역대 대선에서는 승자와 거의 일치 하는 투표 패턴을 보이는 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는 그 지역,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지 보여준다는 그 지역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충청북도다.
역대 대선에서 충북의 선거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치른 모든 대선에서 ‘충북 1위=대통령 당선’이라는 등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1987년 제13대 대선은 집권 여당의 노태우 후보에 맞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이른바 ‘3김’이 모두 출마한 선거였다. 당시 노태우 후보는 36.6%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올렸음에도 대선 승자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충청의 맹주로 불리던 정치인 김종필이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음에도 당시 충북의 승자는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였다는 점이다. 노태우 후보는 충북에서 46.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렸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도 충북 1위가 대통령으로 뽑혔다. 당시 충청권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출마했지만, 충북 1위는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가 차지했다. 김영삼 후보는 충북에서 38.3%를 득표했다. 청와대 주인도 결국은 정치인 김영삼이었다.
1997년 제15대 대선은 어땠을까. 15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박빙 대결을 벌였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도 충북의 승자였다. 김대중 후보는 충북에서 37.4%를 득표했고, 이회창 후보는 30.8%를 얻는 데 그쳤다. 그해 대통령은 정치인 김대중의 몫이었다.
2002년 제16대 대선은 이른바 선거 드라마로 불리면서 정치인 노무현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뽑힌 선거였다. 당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충북에서 50.4%를 득표했다. 이회창 후보는 42.9%를 얻는 데 그치며 충북에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충북의 승자가 됐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충북에서 41.6%를 득표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지지세를 넓혔던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충북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의 승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충북에서 56.2%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43.3% 득표율에 그쳤다. 결국 대통령도 정치인 박근혜의 차지가 됐다.
이러한 흐름은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충북에서 38.6%를 득표했지만, 경쟁 후보에 앞선 1위였다. 결국 대통령도 정치인 문재인이 차지했다.
2022년 대선의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어땠을까. 윤 대통령은 제20대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는데 충북에서는 50.7%를 득표해 45.1%에 그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지난해 대선 역시 충북 1위인 윤 대통령이 승자가 된 셈이다.
충북은 괴산군을 비롯해 고령층 밀집 지역이 많은 곳이다. 반면 음성군과 진천군 등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의 흐름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교육의 도시인 청주와 또 하나의 중심 도시인 충주를 축으로 젊은 세대 유입도 꾸준하다.
충북은 왜 대선 흐름의 바로미터가 됐을까. 충북은 지역적으로는 충청으로 분류돼 있지만, 대전-충남의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은 주로 충남-대전을 중심으로 불씨가 살아난다. 충북은 호남이나 영남 정서와도 차이가 있다.
충북은 지리적으로는 경기, 강원, 경북, 충남, 세종, 대전, 전북과 접해 있다.
특정 지역 정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도시와 농촌이 고루 분포된 공간. 이는 수도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충북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충북에서도 대선 결과를 더 잘 보여주는 곳은 어디일까. 지난해 대선만 놓고 본다면 청주 흥덕구가 그 주인공이다.
윤 대통령은 전국 평균 48.56%를 득표해 47.83%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0.73% 포인트의 초박빙 승리를 거뒀다.
당시 청주 흥덕구의 득표율은 윤석열 후보 48.13%, 이재명 후보 47.50%로 집계됐다. 전국 득표율 평균과 비교할 때 윤석열 후보는 0.43%포인트, 이재명 후보는 0.33%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청주 흥덕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0.63%포인트로 전국 평균 득표율 격차와 0.1% 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2022년 대선 결과는 청주 흥덕의 표심과 유사하게 나타난 셈이다.
2027년 대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청주 흥덕이 다시 1위와 2위 후보의 전국 평균 득표율과 유사하게 나올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충북의 승자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그림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 충북의 선거 결과는 2027년 대선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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