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현직 대통령 최초의 독도 방문
일본은 격앙, 국내도 "뜬금없다" 반응 나와
단호한 자세 보였지만, 외교 자충수 평가도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독도 방문. 주인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2012년 8월10일 오후 2시 헬기 편으로 독도에 도착해 1시간여 동안 섬을 둘러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 메시지는 강렬했다. 현직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에 ‘진정한 우리의 영토’라고 선언한 것은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다.
게다가 광복절을 닷새 앞둔 시점이다. 한일 관계에 여론이 집중될 시기에 전격적인 독도 방문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장면임이 분명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술렁임이 감지됐다. 일본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 내부의 반응이었다.
“뜬금없다”, “느닷없다”, “실익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일본의 시각에 동조한 반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독도 방문이 가져올 후폭풍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독도 관련 정책 기조는 조용한 외교였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원하는 것처럼 분쟁 지역화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를 직접 방문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을 향한 결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외교적으로 일본의 전략에 말리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즉각 반응했다. 주한 일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격앙된 정서를 감추지 않았다. 한일 관계는 급랭했다.
한일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역사적으로는 가파른 대치 전선이 형성돼 있다. 경제적으로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이웃 나라의 숙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가까우면서 먼 나라라는 일본.
강공 일변도의 외교와 저자세 외교는 모두 위험하다. 한일 정부는 국익을 둘러싼 전략적인 판단과 자국민의 정서를 모두 고려해 관계와 관련한 수순을 짠다. 자국민의 반발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다.
2012년 8월의 사례처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동안 쌓았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본과 영원히 담을 쌓고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시 메시지는 강렬하고 분명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은 2012년 8월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후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의아한 선택이라는 반응이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국면 전환을 위한 깜짝쇼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일본은 한국의 전향적인 제스처에 마이웨이 행보로 일관했다. 한국이 반 발짝 양보하면 일본도 그만큼 양보하는 게 아니라 자국 이익을 앞세워 무리수를 이어갔다. 독도 영유권을 더 강하게 주장하는가 하면 역사 문제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행동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와 관련한 국내 여론은 더 냉랭해졌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문제가 터지자 국내 여론은 폭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이뤄졌다. 방문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국면 전환용 독도 방문이라는 평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왜?’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은 이유였다.
임기 초에 그런 행동을 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대통령 퇴임 6개월을 앞둔 2012년 8월에 이뤄졌다. 한일 관계의 변화를 이끌기에는 남은 임기가 너무 짧았다.
일본과의 관계 설정이 어려운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은 이번에도 마이웨이 행보다. 일본 교과서 문제가 다시 초점으로 떠올랐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2012년과 지금의 차이점은 대통령의 남은 임기다. 윤 대통령은 4년 이상의 임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의 포석을 새로 놓을 시간이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둘러싼 엉킨 실타래를 풀어 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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