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동물 보호시설 부족
국립생태원 추가 건립 중
충남 생태원 내 1061㎡
유기동물 등 400개체 수용
국립생태원이 불법 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의 안락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보금자리 마련에 나섰다. 보호시설이 부족해 밀반입된 멸종위기종을 처분할 수밖에 없던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국제적 멸종위기동물(CITES) 보호시설'을 건립 중이다. 보호시설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생태원 내 1061㎡ 규모로 국제적으로 지정된 멸종위기 종과 유기·방치된 야생동물 등 최대 400개체를 수용할 전망이다. 앞서 2021년 8월 생태원 내 2162㎡ 규모의 첫 번째 CITES 보호시설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추가 건립에 나선 셈이다.
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으로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불법 거래나 과도한 상업적 국제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1973년 워싱턴회의에서 채택됐다. 올해 건립되는 보호시설은 밀수가 적발된 후 몰수되거나 불법 사육 중에 버려진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뿐만 아니라 라쿤, 북극여우, 프레리독 등 유기·방치된 야생동물도 함께 보호할 계획이다.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 앞장선 건 최근 희귀 외래 동물의 양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정이 600만 가구를 돌파했고, 희귀 외래동물의 밀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유기하는 문제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밀수된 동물을 처리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원산지로 돌려보내거나 동물원 등 보호시설에서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반출 국가로 되돌려보내는 사례가 극히 적고, 동물원 등에서 수용 가능한 개체 역시 한계가 있어 대부분 밀수된 멸종위기종을 안락사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라도 불법 반입된 경우 이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는 셈이다.
환경부는 안락사로 인해 사라져가는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보호시설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국립생태원이 CITES 동물 보호시설을 건립해 최근까지 멸종위기종을 보호·관리하고 있다.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내외 관계기관 및 협회 등과 함께 동물 분양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2년 전 건립된 보호 시설엔 최대 140여 종 580여 마리의 멸종위기동물이 수용 가능하다. 지난해 불법 사육하다 유기된 '붉은꼬리' 보아뱀 1마리와 아프리카 야생고양이 '서블' 1마리 등도 수용됐다. 경북지역에서 불법으로 사육되다 울진군에서 보호 중이던 일본원숭이 3마리도 보호 중이다. 2021년 8~12월 총 7종 36개체가 보호받았고 지난해에는 바다악어 등 총 39종 276개체로 크게 늘었다. 이 중 밀수 동물은 총 15종 229개체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국립생태원은 보호시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환경부, 관세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CITES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밀수된 영장류 보호를 위해 별도 검역지침을 신설하고, 정기 협의회를 열어 불법 반입 근절을 위한 기관 간 정보 교류에 나섰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개인의 욕심 때문에 야생동물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도 생태를 중심으로 야생동물 보호와 보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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