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이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데 활용했다”며 ‘옵티머스 사태’ 주범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스킨앤스킨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씨,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 이모 전 스킨앤스킨 대표, 이모 전 스킨앤스킨 회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공동으로 10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김 대표 등은 2020년 6월 스킨앤스킨 자금 150억원을 마스크 유통사업에 사용할 것처럼 빼돌린 뒤 마스크 구매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이체확인증을 꾸며 이사회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빼돌린 150억원은 옵티머스의 관계사이자 마스크 도소매업을 하는 업체로 들어가 대부분 옵티머스의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썼다. 당시 김 대표는 스킨앤스킨과 마스크 도소매업체 각사의 최대지분을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옵티머스를 상대로 1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스킨앤스킨 측은 김 대표 등에게도 별도로 이 사건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피고들이 공모해 마스크 공급 선급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원고 자금을 횡령해 옵티머스 펀드 상환자금으로 유용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중 일부인 10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점을 근거로 10억원에 대한 김 대표 등 5명의 공동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 횡령 행위에 대해 기소가 되지 않았고, 나머지 피고들과 이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2020년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안정적 자산인 공공기관 발주 매출채권을 할인 매입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사모사채를 매입했다. 또한 매출채권 서류 등을 위조하는 등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모집된 투자금을 앞순위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대금으로 지급하는 속칭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하거나,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상장회사 인수 등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은 총 1조5952억원에 달했고, 여기서 약 5100억원이 상환되지 못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3200명에 달하고 법인·단체 투자자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혐의로 김 대표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 이씨는 20년과 벌금 5억원을, 윤씨는 징역 15년과 벌금 3억원을 각각 확정받았다. 유 전 고문은 징역 17년과 벌금 5억원을 확정받았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8월 결국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스킨앤스킨이 옵티머스를 상대로 제기한 15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아직 1심 변론이 진행 중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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