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를 놓고 IRA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IRA 제정을 주도하고 미 의회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그의 반대에 따라 IRA 문제 해결이 장애물을 만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맨친 의원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일부 차량 제조사와 외국 정부가 재무부에 해당 규정을 넓게 해석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렌터카, 리스 차량, (우버 등) 공유 차량에도 (보조금을) 허용해주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는 엄격한 규정을 우회하는 것으로 이를 허용할 경우, 기업들이 북미 지역 투자를 늘리지 않고 대신 기존과 같이 사업을 이어가고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험성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정부와 현대차·기아는 이달 초 미 행정부에 제출한 2차 정부 의견서를 통해 렌터카나 리스 차량으로 쓰이는 전기차도 상용차로 폭넓게 인정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렌트·리스 등 임대 기간이 끝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중고차에 적용되는 최대 4000달러(약 518만원)의 세제혜택을 받게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IRA법에 따르면 올해 북미(캐나다·멕시코 포함)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대당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향후에는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도 충족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당장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반발해왔다.
미 의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여당 속 야당 의원'으로 잘 알려진 맨친 의원은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그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최대 정책 목표였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에 끈질기게 반대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여러 정책을 막으면서 캐스팅보트 권한을 휘둘러왔다.
그는 결국 BBB보다 훨씬 축소된 IRA에 합의하면서 법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맨친 의원의 입장을 반영해 문제의 보조금 조항이 법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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